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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abroad/2014 Europe

[Day01 베를린] 2014.01.14. #07 겐다르멘 마르크트 광장/훔볼트 대학/노이에 바헤/숙소 귀환













겐다르멘 마르크트 광장 방향으로 출발. 오늘은 해가 넘어갔으니 야경만 보고, 내일이나 모레 다시 광장을 찾아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이 날 보고 다시 볼 수는 없었다. 내가 여행 일정을 워낙 빡빡하게 짜 놓아서...

역시 나는 또다시 부지런히 걷는다. 걷다보니 인적 드물고 음침한 구 동독 지역의 아파트 지역이 나타난다. 흠칫, 무서웠다.

2004년도에 유럽 여행 시 프라하에서 우연히 만났던 한 동생 기억이 난다. 독일어를 전공하는 학생이고 어학연수를 와 있던 20대 초반의 학생이었는데, "누나, 동독 가본 적 있어요? 대박. 분위기 음침하고 X나 무서워요." 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기억은 지금 회상하면서 여행기를 쓰면서 난 기억이고) 한국 유럽 배낭여행자들이 주로 뮌헨,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서독 지역을 주로 여행하므로 동독을 가 본 사람이 많이 없으니까.

여튼 내가 워낙 겁이 없는 성격이어서 그런가, 그 정도로 무섭지는 않았지만 밤의 거리는 뭔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주는 것은 사실이었다.


혹시나 소매치기와 강도가 있을까봐 품에 카메라 가방을 꼭 껴안고 손에 힘을 꽉 주고 걸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서도 찍사 본능은 사라지지 않아 한 장 찰칵, 하고 또 꽉 쥐고 찰칵, 하고 또 꽉 쥐고 하면서 부지런히 걸었다.

뒤에 남자 걸음걸이라도 느껴지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10년 전이지만 그 때 그 유학생이 그랬었어. 여긴 스킨헤드 극우 나치주의자들도 있다고. 동양 여자인 나한테 해코지하면 어쩌지 하면서 걸었던 것 같다.

(내 성격도 참 웃긴게 걱정하면서도 절대 또 피하지는 않는다. ㅋㅋㅋㅋ)








담벼락에 붙어 있던 음반 광고들. 독일어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와 뷰욕Bjork, 판테라Pantera의 앨범 재킷 사진이 보인다.




씨 뿌리는 사람이 되자?

도대체 뭘까.

정치적 문구인가.




그 음산한 아파트먼트 구역에서 멀어지면서 점차 그나마 고급스러워 보이는 상업지구가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니콜라이 지구에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의 미용실은 이렇게 생겼구나. 소심하게 줌-인 해서 한 장 찰칵.

18-55만 쓰다가 28-75를 쓴 위력은 대단했다.

탐론 28-75 만쉐이.


역시 요 녀석을 충동구매(?)해서 오길 잘 했어.

렌즈를 4년만에 지른 거잖아. 난 지름신 장비병에 걸린 게 아니야. 하면서 자기 합리화.

ㅋㅋㅋㅋㅋㅋ







와인가게가 있다.

독일어로 와인은 Wein인가 보다.

바인?







한 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

내부에 불은 켜져 있는데 아무도 없고 영업도 안 하는 feel이다.







아무도 없으니 용기내서 쇼윈도 가까이 가서 한 장 찰칵.

이때는 잘 몰랐는데, 블로그에 올리려고 사진을 보면서 느낀게,

난 참 호기심도 많고 뭘 해도 열심히 한다.

별의별 것을 사진을 다 찍네 ㅋㅋㅋㅋ


드디어 겐다르멘 마르크트 광장에 도착.


베를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하여 와 보고 싶었던 곳이다.





여기 도착한 것이 저녁 7시 반쯤 이었던 것 같은데, 해가 일찍 지는 겨울철이라 그런지 저녁 10시는 된 분위기이다.

아, 정말 아름다운 광장이다. 겨울철 차가운 밤공기는 한국과 달리 살짝 물기를 머금었고,

모든 것이 고요한 가운데 광장 한 가운데 있는 베를린 오페라하우스 앞의 쉴러 동상 부근에서 

한 거리의 악사가 칸쵸네를 구성지게 부르고 있다. 

독일 동부 지역에서 듣는 이탈리아 음악이라. 색다르다.




아, 정말 야경이 너무너무 아름답다.

깜박 잊고 삼각대를 안 갖고 나왔는데 이만하면 잘 잡아낸 것 같다.

노출 시간 2초,  감도는 200.

낮에도 오고 싶었는데 밤의 모습만 봐서 아쉽다.




오른쪽 건물이 베를린 오페라하우스

왼쪽의 건물이 아마 프랑스 대성당인가 독일 대성당인가.





아까가 프랑스 대성당이면 이 사진의 오른쪽 건물은 독일 대성당.

두 성당이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게 오페라 하우스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다.


가운데 하얗게 빛나는 게 쉴러의 동상.

자세히 보면 앞에 기타를 연주하며 칸초네를 부르는 거리의 악사가 까만 그림자로만 보인다.


음악은 무형의 것이지만 공간을 가득 채워준다.

음악과 소리가 존재하면서 공간의 성격까지 바꿔 놓는다.

이탈리아 로마 트레비 분수 부근의 아름다웠던 야경.

칸초네를 부르는 악사 덕분에 로맨틱한 이탈리아의 야경이 떠오르는 광장의 겨울밤이었다.

황홀한 기분으로 귀로는 음악을 듣고, 손으로는 겨울밤 찬 공기 속에서 땡땡 언 차가운 손을 

겨우 가누며 계속 야경 사진 촬영 시도.


삼각대가 없어서 기둥이나 벤치, 층계 난간 등 온갖 것에 다 얹어 놓고 사진 촬영을 시도했다.



엇, 나 말고 똑딱이 카메라로 야경 촬영을 시도하는 남자가 있다.

동아시아인 같다. 중국? 한국? 일본?

아무리 봐도 한국인이다.





벤치에 일행으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다.

아무리 봐도 한국인이다. 신경 쓰지 않고 야경 셀프샷까지 감행.



역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니 여행 중인 한국인 커플이었다. 

추운데 벤치에 앉아 어디선가 싸온 케밥인지 샌드위치인지 저녁밥을 먹고 있다.

돈 없는 학생 배낭여행객이겠지. 

나도 옛날 대학생 때 저렇게 여행했던 기억이 나서 짠하고 반갑다.


칸초네가 아름다워서, 이 공간의 야경이 환상적이어서 감성에 젖어서,

나도 모르게 초면인 그 남녀에게 말을 걸었다. 


"사진 한 장 찍어 드릴까요?"

"아니오. 괜찮아요."


괜찮다고 하는데 행간에 당신 우리 알아? 왜 말 거는 거임?

이런 느낌이 있었다. 후회했다.


여러 번 배낭여행을 하면서 경험하기로는, 현대 도시 문명의 개인들은 낯선 타인에게 경계심을 보이지만,

여행하는 순간 만큼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후일을 기약하지 않고 헤어진다.

책임질 필요도 없는 짙은 교감과 시간/공간과 순간의 감성의 공유. 

국적을 불문하고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여행객들 중에서 가장 경계심이 많고 쌀쌀맞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이것을 여러번 경험했다. 심지어 한국인이 아닌 몇몇 여행객들에게 지적받기도 했다.

너네 한국 여행객들은 왜이리 shy하냐고. 친해지고 싶어도 자기들끼리만 어울리고 회피한다고.

나도 한국인이지만 이런 쌀쌀맞은 반응을 여러 차례 경험했고, 그래서

여행하면서 한국 사람한테 말 안 붙이기로 결심해 놓고 또 깜박했다.


이건 내 탓이 아니다. 칸초네를 구성지고 애달프게 뽑아내던 거리의 악사 탓이다.

(남탓 합리화 쩔어ㅋㅋㅋㅋ)






독일 대성당을 카메라에 담고,

아쉽지만 한국인 남녀와 악사와 음악으로 가득 찬 공간과

아름다운 야경을 뒤로 하고 

겐다르멘 마르크트 광장을 떠난다.



마지막으로 훔볼트 대학과 노이에 바헤를 보러 갈 거다.

운터 덴 린덴으로 가면 된다. 

그리고 나서 200번 버스를 타고 다시 초 역에 내린다음 

U2 Bahn에서 숙소가 있는 Keiserdamm으로 가면 된다.



여기서 꽤 걸어야 했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는데, 내 다리가 아파와서 멀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운터 덴 린덴에 도착. 길을 건너면 훔볼트 대학이 나타난다.



길을 건너다가 대로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기마상 발견.





450d의 감도 최대치인 ISO1600(애걔;;)로 높이고 요래저래 찍어보았으나 너무 어두워서 찍히지가 않는다.





기마상 그림자가 대칭으로 건물 외벽에 드리워져 있다.

묘하게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누군지 몰라도 독일의 영웅이니 이런 데 있는 거겠지?


나중에 안 일이지만 훔볼트 대학 건너편 대로 중심에 있는 이 기마상의 주인공은

프리드리히 2세라고 한다.



마치 광화문 대로에 이순신 장군상이 있는 것과 유사한 위치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훔볼트 대학교Humboldt Universität 도착.

이 앞의 가로등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삼각대 삼아 숨 참고 찍은 사진.

사진으로는 굉장히 밝아 보이는데 실제로 빛이 매우 희미하고 굉장히 어두운 가운데 열심히 찍은 사진이다.


구 동독 시절에는 베를린 대학교라 불렸고, 각종 명성 높은 다수의 학자를 배출한 학교라고 한다.





교정으로 들어가본다.

앗, 저 모던한 조각상은? 

막스 플랑크!

오오오오오오!

양자역학의 대가인 그 막스 플랑크가 이 대학교 출신이었어??



나는 또 흥분하기 시작한다.

(원래 잘 흥분하는 성격)


일단 하루종일 걸은 탓에 다리가 아파서 이 동상 앞에 있는 벤치에서 좀 쉰다.




빛이 거의 없고 건물 외벽은 시커멓게 그림자져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측광 모드로 삼각대도 없이 성공한 사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밤에 훔볼트 대학교 교정은 이렇게 밝지 않다구!)





독일의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테오도르 몸젠의 동상도 있다.

사실 이 분은 잘 모르지만 뭔가 유명한 분일 것 같아 찰칵.








그리고 건물 정면에 이 대학교 창립자인 훔볼트의 동상이 있다.




여기 20분쯤? 꽤 오래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다리도 아프고, 쉬고 싶고 해서.

밤 9시쯤 되었던 것 같은데 교내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끔 들락거린다.





대학교 정문에 있던 문양.



이제 노이에 바헤로 가자.







훔볼트 대학교 동쪽에 막심 고리키 극장이 있고, 이 옆에 노이에 바헤가 있다.





역시 굉장히 어두웠으나 어디 난간 같은 데 얹어놓고 찍은 사진.





훔볼트 대학교 동쪽 울타리 밖에 있는 하인리히의 동상을 배경으로 한 컷 기념 촬영.




오늘의 마지막 여정인 노이에 바헤에 도착.


역시 굉장히 어두워서 이 앞의 가로등 아래 앉아 무릎 삼각대에 얹어놓고 숨 참고 

노출 시간 늘려서 힘들게 찍은 사진.



노이에 바헤는 신 위병소라는 뜻인데 이 건물 안에 캐테 콜비츠의 작품이 있다.

창살 사이로 들여다 보면 조각상이 보인다.






죽은 병사 아들을 끌어안고 있는 어머니의 동상이다.

앞에 작은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이전에 사진으로 본 것과 똑같았지만,

거대한 건물 안에 있는 동상에서 깊은 슬픔이 스며 나와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아우라를 잔뜩 뿜어내는 굉장한 작품이었다.

밤에 보아서 더 그렇게 보인 건가.

어머니의 슬픔이 건물 안 빈 공간을 가득 채우고, 나에게까지 전이되어 오는 그런 종류의 

깊은 슬픔이었다.



이제 200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간다.

하루 종일 사진을 찍어서 더 이상 찍을 힘이 없어 버스에서 찍은 사진은 없다.

운터 덴 린덴 거리 양 옆으로 고급스러운 상점과 레스토랑, 커피 숍이 늘어서 있다.

오늘 다닌 관광지에 비해 역시 번화가라 그런지 사람이 훨씬 많다.

멍하니 밤의 베를린 거리를 바라보았던 것 같다.



초 역에 도착.





집으로 집으로.





집으로 집으로.

엄밀히 말해 집이 아니라 숙소로 가는 거지만

고된 하루 일정을 소화하고 숙소로 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이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독일 전철은 내리기 전에 요 버튼을 꼭 눌러줘야 문이 열린다.

처음에 어벙벙하니 못 누르고 있자 다른 사람이 답답하다는 듯 옆에서 꽉 눌러줘서 내릴 수 있었다.ㅋㅋㅋ





유리문에 브란덴부르크 문 문양이 가득가득.

귀엽다. 큭큭.






카이저담 역에 도착.







숙소로 가는 길에 맥주 한 잔 하고 싶어서 근처 아랍인 상점에서 맥주와 과자를 사서 숙소로 왔다.

유럽에서 밤 10시인데도 문을 연 가게는 아랍인/중국인/한국인 상점 밖에 없다.



숙소에 도착하니 MBC 촬영팀이 와 있었다.

이 사람들 때문에 난 카이저하임에 있는 동안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계속 짐을 옮겨야 했다.

쳇, MBC면 다냐? ㅋㅋㅋㅋ

(사실 이분들 잘못은 없다. 이분들이 먼저 예약한 거고, 

나는 4박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이 민박집에 묵겠다고 말한 거니 내 책임이긴 하지만)

여튼 미워!!! 왜 하필 내가 묵는 날에 오신 거슈?

(이기심 쩔어 ㅋㅋㅋㅋㅋ)







나란 뇨자 방송국 촬영팀을 사진찍는 뇨자.

이 분들, 늘 찍는 역할만 하셨을 텐데 내가 사진을 찍어대니 적잖이 당황하신 표정이다.ㅋㅋㅋ

(나중에 엄청 친해짐)






여튼 나는 첫 날 묵었던 방과 다른 방으로 왔다.

주인 이모님이 주신 귤과 맥주, 과자를 먹고 좀 쉬다가 씻고

같은 방을 쓰던 동주 씨, 민영 씨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잠들었다.



이렇게 베를린에서의 둘째 밤이자 관광 첫 날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