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내과 실습 끝나자마자 바로 떠난 도쿄 여행.
계속되는 내과 실습에다
잊을 만하면 하나씩 터지는 잔병치레로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2월 어느 날엔가,
오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 4월에 도쿄에서 벚꽃 보지 않을래?"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고마워 여보ㅜㅜ)
당장 도쿄행 왕복 티켓을 질렀다.
대한항공 KE0705편
2016년 4월 1일 오후 6시 35분 인천 출발
오후 8시 55분 도쿄 나리타 공항 도착편.
대한항공 KE0706편
2016년 4월 3일 오전 9시 25분 도쿄 나리타 출발
오전 11시 50분 인천공항 도착
친구와 나는 각자 다른 비행기를 이용해서 도쿄에 가는 것이다.
친구는 금요일에 연차를 내서 먼저 도쿄에 가 있기로 했고
나는 금요일 실습을 끝내고 가는 거라 금요일 밤에 도착하는 것이므로
도쿄에서 만나기로 했다.
2박 3일이지만 사실상 2박 1일인 짧은 일정이지만
도쿄에서 벚꽃을 본다는 소박한 Goal만 이루면 된다는 목표로 잡은 여행이다.
그 날이 오긴 오는 걸까.
힘든 두 달이 흘러갔다.
사실 의대에 오기 전인 직장인일 때가
PK보다 육체적으로 훨씬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내게 PK기간은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신경 써야 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눈치 봐야 할 일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의대의 점수 경쟁 체제 자체가 힘들기도 하다.
난 공부를 즐기면서 하는 스타일이고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암기 공부를
굉장히 못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경쟁 체제에서의 공부가 힘들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탈진 상태였지만
친구와의 여행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날은 왔다!
순환기 내과 실습 마지막 날 도쿄로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혹시 비행기 놓칠까봐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남들 전날 밤까지 붙잡고 있던 과제
3일 전에 이미 다 끝내 놓고
파이널 테스트 공부도 미리 해 놓고
짬짬이 만료 기간이 다 되어가는
여권 갱신도 해 놓고
실습 중간 비는 시간에 은행에 가서 환전도 해 놓고
전날 목요일 저녁엔 캐리어에 짐 꾸리기도 완료하고
금요일, 순환기 실습 마지막 날에는
실습 갱의실에 캐리어를 끌고 출근했다.
순환기 내과 실습
파이널 테스트가 끝나자마자
갱의실 자습실에 흰 가운 바로 벗어던지고
캐리어 덜덜덜 끌면서 출발.
"언니 어디가?"
"누나 어디가세요?"
신이 나서 대답한다.
"도쿄!"
"누나 돌아오셔야 해요! 실습은 해야죠!"
남편은 편하게 공항까지 택시타고 가라고 했지만
나는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에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광역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린다.
마침 몇 주 내내 쌀쌀하던 날씨가
이날을 축복이라도 하듯 완연한 봄 기운으로 충만하였다.
낮 기온은 살짝 더워 입고 있던 트렌치 코트를 벗어야 할 정도로 말이다.
버스가 도착하면 앉아서 공항까지
도쿄 여행 가이드북을 읽으면서 가야지
…는 개뿔.
바야흐로 MT철이었다.
광역버스가 도착해서 탔더니
모든 좌석이 을왕리로 MT가는 대학생들에게 점령되어 있었다.
새내기들이 이미 전 정류장인 종점에서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고
이런 사태를 모르고 30분 넘게 버스를 기다렸다 겨우 탄 일반 시민들은
고속도로 입구에서 계속 승차를 거부당해야 했다.
겨우 버스를 탄 나는 캐리어 굴러가지 않게 서서
다리로 막으면서 힘들게 갈 수밖에 없었다.
아놔 MT갈거면
웬만하면 버스 한 대 대절해서 가든가
선후발대 나눠서 가지 한꺼번에 버스 점령해서
시민들에게 민폐되게 이게 뭐니 얘들아ㅜㅜ
게다가 고속도로 전 정류장에서 급기야는 기사님이
고속도로는 입석으로 가면 안 된다며 내리라고.
"기사님 공항 가려면 늦어요 안 돼요.
이 버스도 30분 넘게 기다려서 겨우 탄 건데요
그냥 서서 갈게요" 하고 사정했는데
기사님은 내가 내릴 때까지 버스를 세우고 움직이지 않았고
나는 결국 기사님과 대학생들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반강제적으로 내려져야만 했다.
남편 말대로 그냥 택시탈 걸.
괜히 알뜰하게 돈 아낀답시고 이게 뭐양ㅠㅠ
다행히 다른 노선의 버스들도 서는 정류장이라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공항 도착하자마자 찍은 사진.
공항의 이미지는 봐도봐도 설렌다.
촌스러운가;;; ㅋㅋㅋㅋ
그래도 좋아♡
공항 도착 기념 셀카ㅋ
대한항공 4월 1일
오후 6시 35분 인천 출발
오후 8시 55분 도쿄 나리타 공항 도착편.
어제 미리 모바일 체크인을 끝내놓아서
공항에서 수속 절차는 짧다.
모바일 체크인을 하면 셀프 체크인을 하는 거라고 착각해서 (모바일 체크인 처음 해봄;;)
셀프 체크인 하려고 이쪽 줄에 다가갔더니 직원이 친절하게도
모바일 체크인 창구가 따로 있다며 안내해 주었다.
C15번 창구였었나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은데 아무튼 C 카운터 쪽이었다.
모바일 체크인을 했다고 해서 특별히 빠르지는 않았고 줄을 서서 대기하는 건 똑같았다
모바일 체크인의 의의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짐 부치고 수속 절차는 어차피 똑같은데.
그런데 남의 블로그 읽으면서 구경만 했던 행운이 나에게도 떨어졌다!
바로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녔음에도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너무 신났다.
단, 기내식은 이코노미석과 동일한 조건이었다.
비즈니스 석 업그레이드 기념 사진.
호호호호호~
이미 자동 출입국 심사 등록도 끝내놓아서
보안 검색대를 거친 후에 일사천리로 출국 심사가 끝났고
면세점으로 나왔다.
비행기 편명과 게이트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면세점 구경은 노관심이므로 패스~
난 오직 스타벅스를 찾아서만 헤맨다.
내가 비행기를 탈 8번 게이트 주변에는
던킨 도너츠와 엔제리너스만 있고
스타벅스는 보이지 않아서
완전 반대편 게이트까지 헥헥대며 걸어감.
이상하게 나는
면세점에 온 기념이든
해당 나라에 여행온 기념이든
어디든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스타벅스를 찾으러 가면서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커플을 발견
어느 나라 돈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가 남자 얼굴에 돈을 집어던지고
남자는 엎드려 화폐를 주으면서 여자한테 빌고
커플끼리 어느 나라인지 모르겠지만
함께 해외 여행을 나온 모양인데
출입국 심사 끝나고 면세점에 나오자마자 대판 싸운 모양이다.
속으로 좋을 때다~ 하면서 지나갔다.
나도 좀 더 어렸던 옛날 같으면
남친에게 패악질을 부리는 여자를 보면서
미친 여자 아냐 하면서 욕했겠지만
유부에다 이제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뭘 해도 용서받고 예쁨받는 게 여자 인생에서 아주 잠시인데
그럴 나이인 저 때나 남자한테 저런 패기도 부려보는 거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비행기 타기 전에
화해하고 즐겁게 여행하길 속으로 기도하면서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지나왔다.
그리고는 영원한 내사랑
스타벅스 아이스 카페라떼 한 잔을 주문해서
마시면서 다시 8번 게이트로~
다시한번 비즈니스 석 표 인증샷.
아 쵸큼 부끄럽다ㅋㅋㅋㅋ
8번 게이트 이코노미석 탑승 대기줄이 긴데
굳이 줄에 안 서고 옆의 벤치에 앉아 느긋이
아이스 카페라떼를 다 마시고 나서
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으니 줄 설 필요도 없으니 신나서 앉아 대기한다.
모바일로 폭풍 검색 시작.
도쿄 도착하여 게이세이 우에노 역까지 가는 방법을 구글 맵으로 검색하고
혹시 몰라 블로그 검색하여 캡쳐해둔다.
내가 가져온 여행 책자에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후에 이게 삽질의 화근이 된다)
그리고 주변을 휘휘 바라보다
비지니스석 전용 입구로 씩씩하게 들어가본다.
업그레이드 되어서 너무 신났어.ㅋㅋㅋ
비즈니스석에 앉아서 굳이 촌스럽게 기념 셀카.
정말 널찍하고 좋다!
태어나서 처음 앉아보는 비즈니스석이니 흥분할 수밖에.
다행인게
내 주변의 중년 부부도
열심히 셀카를 찍고 계셨다.
이게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인 거 맞죠?
ㅋㅋㅋㅋㅋㅋ
이윽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발을 뻗었는데도 앞 좌석과의 거리가 널찍하다.
자동으로 포지션 바꿀 수 있는 좌석도 훌륭하다.
나는 도쿄 가이드북을 볼까 고민하다가
왠지 하루 다녀오는 건데 열심히 가이드북 보면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싶지 않고
그냥 발닿는 대로 여행하고픈 맘이 더 커서
관둔다.
영화나 봐야지.
이어폰 꽂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서
옆의 중년 부인도 헤매시고 나도 헤매고
겨우 이어폰을 꽂고 기내 영화 서비스를 이용한다.
여러 영화 중에서 뭘 볼까 고민하다가
국내 개봉하지 않은 《서프러제트》를 선택하였다.
기내식이 나오고.
앞서 설명한대로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라서
기내식은 이코노미와 동일하게 제공된다.
음료는 토마토 주스를 주문하였다.
돼지고기 요리였는데 맛있었음.
영화는 러닝타임 중에서 15분 정도를 남겨두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
이 포스팅이 영화 리뷰가 아니라 여행기여서
자세한 리뷰는 못 쓰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아직 유효한 고민의 지점들이 보였다.
평범한 한 여성이 어떻게
참정권 운동의 투사가 되어가는지를 다루고 있는데,
우리의 모든 삶이 정치적이라는 격언을 다시 생각하게끔 한다.
흔히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시위나 투쟁하는 사람들은 전문 선동꾼이 꿈이어서
태어나서부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위꾼이 되고 싸우고 선동하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공고한 차별적 구조로부터
무언가를 잃어보았기 때문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서 거리로 나서는 것이다.
주인공의 삶도 그러했다.
뭐 여튼 앞서 말했듯이 이 포스팅은 여행기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만 줄이고.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을 때 영화가 15분이 남아서 다 못 봤다.
남은 15분은 (나중의 일이지만) 귀국길에 마저 다 보았다.
의무적으로 대충 찍어
심하게 흔들려 뭐가 뭔지도 모를
착륙 사진.
내가 앉았던 좌석.
아쉽지만 빠이빠이~
공항 내리자마자 곳곳의 안내 표지판에
모두 한국어가 병기되어 있어서
아무런 걱정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Welcome to Japan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서 수화물을 찾으러 가는 길.
캐리어를 찾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내가 도착한 터미널은 제1터미널이다.
친구가 휴대용 와이파이 공유기를 대여했고
같이 쓰기로 했기 때문에 로밍을 안 해서
아까 검색해 놓은 방법으로 우에노 역 부근의 숙소까지 가야 한다.
나는 여기서 제2터미널로 이동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삽질의 시작이었다)
하필 아까 구글 맵과 블로그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찾아 놓은 것이 화근이었던 것.
구글 맵에서는 제2터미널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게이세이 우에노역까지 가라는 루트를 제시해 주었고
내가 검색했던 블로그 역시 제2터미널에서 스카이라이너가 출발했다고 되어 있어
나는 제2터미널에서만 스카이라이너가 출발하는 거라고 착각한 것이다.
제1터미널에서 입국장으로 나오자마자
스카이라이너 철도를 타는 정류소로 이동하는 길이 있었는데
나는 굳이 건물 밖으로 나가 제2터미널로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기다림.
20분 기다려서 10분 이동,
안 그래도 짧은 도쿄 일정인데 여기서 30분을 허비한 것이다.
그게 아닙니다.
스카이라이너는 제1터미널, 제2터미널 모두 정차합니다.
블로그 검색해서 보시는 분들 저와 같은 삽질을 하지 마시어요.ㅜㅜ
제2터미널로 이동하는 버스는 6번 정거장에 선다.
20분에 한 대 정도 오는 것 같다.
굳이 여기서 20분 기다려 터미널간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제 2터미널로 이동하였다.
제2터미널에 내린 다음
제2터미널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철도 안내 표지를 보고 이동하였다.
(이 표지가 제1터미널에도 있었던 것. 난 셔틀 타고 이동할 생각에만 사로잡혀 이걸 못 보고 밖으로 나간 것이다)
요렇게 생긴 창구에서 게이세이 우에노 역까지 이동하는 차표를 2470엔을 주고 편도를 끊었다.
10시 6분차는 매진되어 10시 33분 차표를 살 수밖에 없었다.
블로그에서 본 정보로는 여권을 제시하면
스카이라이너 내부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와이파이 이용권을 제공한다고 하여
신청하였다.
내가 터미널간 무료 셔틀을 타고 이동하는 삽질만 하지 않았어도 10시 6분차를 탔을텐데..
나리타 공항 도착한지 1시간이 넘어서야 스카이라이너 표를 산 것이다.
이런 멍청아 ㅠㅠ
(사실 여기서 표를 살 때까지만 하더라도 난 내가 삽질한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목이 말라서 110엔을 주고 자판기에서 생수를 사서 마신다음
10시 33분 차를 기다린다.
40분 가까이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이따금 일반 열차가 지나가고
(요렇게 생긴 건 스카이라이너가 아닙니다)
사람구경도 지겨울 정도로 한참 기다린 끝에 드뎌 도착해서 탑승.
스카이라이너 열차가 정거장으로 들어오는데 열차 안이 비어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안에 일부 앉아서 들어오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그제서야 난 내가 삽질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저 사람들은 당연히 아까 내가 입국한 제1터미널에서 탔겠구나
그말인즉슨 난 내리자마자 셔틀타고 제2터미널로 이동하는 삽질을 하지 않고
바로 스카이라이너 표를 구매해서 도쿄 시내로 이동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럼 벌써 우에노역에 도착해 있겠구나 난 삽질한 것이구나라고 말이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스카이라이너는 지정좌석제여서 표에 적인 좌석에 탑승해야 한다.
캐리어를 넣고도 발을 뻗을 공간이 충분할 정도로
좌석간 간격이 넓어 좋았다.
아까 표를 구매하면서 신청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였다.
중간중간 끊길 때도 있었지만
이미 도쿄 숙소에 도착해 있는 친구에게 연락도 하고
서울의 남편에게 도쿄 무사히 도착했다고 연락도 하고
유용하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
열차는 출발한지 40분만에 도쿄의 중심가인
게이세이 우에노 역까지 달려 도착하였다.
이제 숙소를 향해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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