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적지는 긴자 미쯔코시 백화점.
사실 나는 쇼핑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인데
친구가 도쿄에서는 명품 손수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매장도 다른 나라들보다 잘 되어 있어서 기념품으로 많이 사가기 때문에
주변에서 부탁을 많이 받아서 30-40장 정도 사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단 내가 도쿄에 온 핵심 목표인
우에노 공원과 아사쿠사의 벚꽃 놀이,
일본 라멘 먹기는 달성했고 짧은 일정이라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후의 일정을 크게 생각해 놓은 건 없었고
유명하다는 신주쿠나 시부야는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정도?
그래서 함께 긴자에 들렀다가 신주쿠로 이동하기로 했다.
아사쿠사역 긴자 라인으로 건너가는 횡단보도.
긴자 라인과 연결된 백화점에서 판매하던 색색의 전통 기모노
친구의 말에 따르면 미쯔코시 백화점으로 가려면 긴자 역보다 히가시긴자 역에서 내리는 편이 낫고
그러면 아사쿠사 라인을 타야 한다고 하여 우리는 긴자 라인에서 나와 아사쿠사 라인을 찾아 이동하기로 했다.
저는 항상 걸어가는 길에 거리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여기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스미다 강쪽으로 가는 걸로.
일어 무식이라 뭔 소리인지 모르지만 신기한 옥외 광고판도 찍어보고.
강변으로 갔더니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박수를 치며 웃으며 환호하고 있었다.
뭔가 구경해볼까 싶어 다가갔더니
새로이 결혼하는 부부인지, 인력거를 타고 있었다.
신랑과 신부는 행인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고정된 것을 퍽 부끄러워하면서도 매우 행복해 보였다.
뒤에는 신랑 신부의 양가 부모님과 가족들인듯.
우리도 축하의 마음으로 흐뭇한 미소를 날려 주었다.
저 황금색 응아같은 조형물은 뭘까-_-
나중에 남편한테 물어봤더니 아사히 맥주 본사라고.
맥주거품을 형상화한 모형인데 그게 X모양이냐며 남편이 놀린다ㅋㅋㅋㅋ
폭이 좁은 도쿄의 건물들이 신기해서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아사히 비어 홀과 스카이 트리 타워가 보이는 전경.
이곳을 지나 쭉 걸어나와 아사쿠사 라인으로 갔다.
아사쿠사에서 히가시긴자 역까지 220엔.
일일이 편도권을 끊어 다녀야 했다.
다른 물가는 체감상 한국이 더 비싼데 확실히 교통비는 일본이 훨씬 비쌌다.
환승도 잘 안 되니 일일이 편도를 끊어야 하고, 교통비 자체도 비싸고.
이날 하루 종일 지하철 요금만 총 1500엔 정도 썼다.
역내에 일본 지하철 기념 도장이 있어
친구는 여권에 이 도장을 찍었고
나는 그냥 종이에다 찍었다.
지하철 역에서 역내 방송을 하시던 역장님(맞나?)
일곱 정거장을 이동하여 히가시긴자 역에 도착하였다.
전철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보인 거리의 정경.
미쯔코시 백화점 1층에 있던 플라워샵.
꽃꽂이가 고급스럽고 예뻐서 황홀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요즘은 플라워아트라고 하겠지.
흥 무슨 플라워아트야 꽃꽂이지.
흥 나 촌스럽다. 난 꽃꽂이가 더 좋아ㅋㅋㅋㅋ
꽃꽂이 아니 플라워아트샵을 구경하고 나서 미쯔코시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요런 명품 매장도 많았지만 난 관심 1도 없었고
친구는 손수건 매장으로 직행.
라뒤레 손수건이 진열되어 있다.
안나수이 손수건도 있고, 비비안 웨스트우드 손수건도 있고
각양각색의 브랜드의 손수건이 많았다.
친구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손수건을 골랐고 이런 과정을 30장을 골라야 한다고 했다.
나는 쇼핑에 관심이 없어서 백화점에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헤어져 스타벅스로 갔다.
백화점에서 나와 요런 거리를 나오면
백화점을 등지고 이렇게 스타벅스 건물이 보인다.
여긴 스벅을 등지고 대각선으로 바라본 건물.
나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지 꼭 스타벅스를 들러야 직성이 풀리고 마는 여자니까. 히히.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반드시 카페 라떼만 마신다.
모든 나라에서 이렇게 동일한 맛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율로 배합된 카페 라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고 행복해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그 기분이란!
앗, 알고 들어온 것은 아니었는데 이 매장이 스타벅스 일본 1호점이라고 한다.
유서깊은 스타벅스 지점에 왔다는 사실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스타벅스 일본 1호점은 긴자에 있습니다.
구글 맵 첨부.
뷰파인더를 응시하고 있는 일본인 직원은 친절했고, 훈훈한 외모이기까지 해서 더 기분 좋았다. 꺅.
영어도 잘 통했고.
여느 때처럼 따뜻한 카페 라떼 한 잔을 사서 창가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서 바라본 창 밖의 전경.
여기 앉아서 창 밖을 멍하니 쳐다보며 40분간 앉아 있었다.
책도 없고, 친구와 헤어졌고 휴대용 와이파이 공유기는 친구가 갖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도 없었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직원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냥 여기 앉아서 멍하게 앉아있는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의 낯선 거리의 커피숍에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볼 때의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 이방인의 기분에 젖어서
나를 잊고 그냥 앉아 쉬는, 모든 긴장이 풀린 상태를 즐기기로 했다.
한국이라면 누구의 딸이고, 누구의 아내이고, 누구의 언니이고,
빡센 과 전문대학원 학생이고, 각각의 역할에 맞는 과업들이 있는 상태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이방인인 걸로.
'나'라는 존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친구가 손수건을 다 골랐으리라 생각되어 다시 백화점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스타벅스 앞에 있던 꽃집.
친구는 손수건을 30장을 넘게 샀고, 직원은 30장의 손수건을 일일이 다 펴서 꼼꼼이 확인하고 일일이 접어서 포장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계산하는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다. 그리고 나서 친구는 택스 리펀을 받으러 갔다. 그런데 웬걸,
줄이 굉장히 길었다.
친구는 오늘 일정 하루밖에 없는데 자기 때문에 내 시간을 너무 허비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내게
와이파이 공유기를 건네주었다. 이거 쓰면서 오늘 하루 가고 싶은 곳 다니면서 마무리 하라고, 숙소에서 보자고 했다.
나는 미쯔코시 백화점에서 두 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이 상황으로 인해
이후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할 것 같아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구랑 헤어지면서까지 반드시 보고 싶은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전 준비를 안 해와서 도쿄에 대해 잘 모르니까 꼭 가보겠다는 관광지가 딱히 없었음) 친구와 함께 일정을 계속 진행하고 싶었다.
그래서 20분만 기다려보고 줄이 도통 안 줄어들 정도로 노답이다 싶으면 가고, 줄이 좀 줄어든다 싶으면 기다리겠다고 굳이 막 헤어지면서까지 다니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다행히 택스 리펀 줄은 빨리 줄어들었다.
백화점을 나와서 본 외제차.
와 그냥 외제차라고 쓰니 진짜 없어보이네.ㅋㅋㅋㅋㅋ
사실 뭔 차인지 몰라서 나중에 남편한테 물어봤더니 페라리라고.
명품, 외제차 이런 거에 관심이 많이 없어서 잘 모른다.ㅋㅋㅋ
긴자 거리가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도쿄 거리의 현대식 건물들은 새 건물이 아닌 것 같은데도
어쩜 이렇게 단정하고 잘 정돈된 분위기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건축에 대해 1도 모르지만 문외한의 눈으로 언뜻 보아도
건물마다 각각의 조형성이 독특하고 개성있는 점이 재미있었다.
층마다 간판이 난립하고 도시 정비가 잘 안 되어 지저분한 서울처럼
마구잡이로 난개발된 느낌이 없다.
그점이 맘에 들었다.
미쯔코시 백화점의 정문.
긴자로 가고 있다니까 거기 고급진 거리이니 구경 많이 잘 하고 오라고 남편이 말했는데
달랑 미쯔코시 백화점과 스타벅스만 들르고 이곳을 떠났다.
우리는 이제 시부야로 간다.
사실 이제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고
시부야나 신주쿠 중에서 한 곳만 가야 할 것 같아서
도쿄 여행 경험이 있는 한국의 동생과 남편에게 카톡으로 SOS를 청했다.
도쿄의 마지막 밤을 시부야랑 신주쿠 중에서 어디서 보내는 게 나을까?
남편보다 동생에게서 먼저 답이 왔다.
둘 다 괜찮은데 뭐 도쿄 관광이면 시부야를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난 근처에 아오야마도 추천~
긴자 역에서 긴자 라인을 타고 시부야 역까지 이동.
전철비는 200엔.
시부야 역에 내린다.
친구의 초상권 보호ㅋ
전철 역 안에 있던 상점.
여행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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