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abroad/2014 Europe

[Day07 하이델베르크] 2014.01.20. #01 리나 B&B/유로라인 버스 예매/비스마르크 광장

우르바시Urvasi 2015. 1. 25. 20:15






푹 잤다. 오늘은 하이델베르크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이제 내일은 오스트리아 빈까지 넘어가야 한다. 일단은 씻고 아침을 먹었다. 숙소에 나 외에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옆 방의 모녀는 바덴바덴으로 온천을 하러 갔다고 한다.




리나 B&B에선 조식이 제공되는데, 양식이다.

씨리얼과 우유, 주스, 삶은 계란, 빵과 치즈, 햄, 커피 등.


단순한 빵과 우유, 과자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여자 사장님께 듣고 보니 

일일이 유기농 제품으로 신경써서

구매하신다고 한다.






아래 서랍에는 수저류, 컵받침이 있다.





잔뜩 담아 와서 방에서 잘 먹었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큰 거실이나 공용 테이블이 없다는 게 이 숙소의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물론 방마다 음식을 먹고 작업을 할 수 있는 테이블 겸 책상이 있어 일행들과 조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긴 하다.

나처럼 가난한 모드로 추레하게 여행하는 배낭 여행객에게는 살짝 부담스럽긴 하지만 깔끔, 청결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 예쁜 펜션 여행을 좋아하는 취향의 여성 여행객들이나 신혼 부부 여행객들이 오면 아주 좋을 숙소이다. 하이델베르크를 관광하고 편히 쉬기에 제격이다. 알트슈타트까지 도보로 7~8분 걸려서 관광에도 괜찮은 거리이다.

게다가 주인 부부는 친절하셨고, 많은 부분을 잘 신경써 주셔서 정말 좋았고 감사했다.



아침을 먹으면서 독일 시외 버스 사이트를 계속 검색해보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오늘 반드시 빈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하는 수 없이 실례를 무릅쓰고 주인 부부께 도움을 구했더니, 유학생이어서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시는 남편 사장님께서 직접 에이전시에 전화를 걸어 주셨다. 정말 감사하게도... 


"뮌헨을 경유해서 빈까지 가는 유로라인 버스가 있어요. 그런데 인터넷 예매는 당일 예매가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얘들 여행사에서 커미션을 좀 받고 판대요. 거기가 어딘지 알려드릴게요."


어제 예매를 했어야 하는데, 내 불찰이다. 출발 6일 전에 비행기표 끊고 미친듯이 준비해서 왔기 때문에 모든 것을 현지에서 알아보고 숙소도 현지에서 알아보느라 이렇게 된다니까. ㅜㅜ 뭐 어쨌든 다행이고, 숙소 사장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여기서 난 베를린 이후 하지 못했던 빨래도 하였다. 이제 숙소를 나서서 시외버스 티켓 대행 판매업체로 향했다. 리나 비앤비는 주요 관광지에서는 약간 떨어져 아주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다. 시가지까지 10분 가량 걸리는 도보라서 관광하고 적당히 쉬기에는 괜찮은 위치이다.


월요일 아침인데도 뭔가 분주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자전거가 시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인듯, 자전거 탄 사람들이 잊을 만하면 계속 지나다녔고 날씨는 흐렸고 차가웠지만 야외에서 활동하기에 충분히 좋은 날씨였다. 주택가를 조금 지나면 시가지가 점차 나타난다.





알트슈타트로 가는 길목에는 이런 공원이 있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느낌이 묘해서 사진에 담았다.

나는 관광지도 좋지만 이런 곳도 마음을 끈다.





아까 그 공원 위치에서 보이는 높은 건물.

저기 높은 건물의 상가 1층에 있다고 주인 분께서 알려 주셨었다.





죄수복을 입고 있는 찰리 채플린의 포스터가 눈길을 끌어 사진에 담아 보았다.





에이전시에 도착하였다.


블론드 세미 롱 헤어에 푸른 눈을 한 전형적인 코카시안 여성의 외모를 한 여행사 직원은 친절하였다. 독일에서 느낀 것은, 독일 사람들은 대개 친절하다. 먼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상점이나 레스토랑, 가판대, 표 예매 등의 직원들은 상당히 친절한 편이다. 가끔 사진 촬영을 거부하기는 하지만 기본은 친절한 편인데 고용주에 의해 프로그램화된 과잉 친절이라기보다는 천성이 친절하다는 느낌의, 기분 좋은 친절. 길을 묻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도 그렇다. 하여튼 나는 하이델베르크에서 빈까지 바로 가는 티켓이 없어서 뮌헨을 경유하는 야간 버스 표를 끊었다.


하이델베르크-뮌헨 (독일 고속버스인 Meinferbus 노선 이용) : 15유로.

뮌헨-빈 (Euroline 노선 이용) : 57.00유로. 여기가 비쌌다. 인터넷으로 전날 구매했으면 반 값에 구했을 수도 있던 노선이었는데. 쓴 울음을 삼키며 커미션까지 합쳐 73.50유로를 주고 티켓을 구매하였다. 뭐 한국에서 야간열차를 알아 보았을 때는 120유로였잖아. 그것보단 낫지, 하고 스스로를 애써 위로했다.


"당신 버스는 오늘 밤 10시 40분 경에 뮌헨에 도착한다. 여기서 20분 대기하였다가 11시 정각에 빈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면 빈에 아침에 도착할 것이다" 라고 설명해 준다.

요금을 지불하고, 인사를 한다.

"Danke schön." 여행을 할 때는 그 나라 언어를 하지 못해도, 최소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는 그 나라 언어로 해 주는 것이 예의이다. 한국에서도 그렇지 않나. 느끼한 발음으로 영어로 말하는 사람보다는 "아뇽하세요" 하는 외국인에게 더 정이 가서 더 잘해주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그랬더니 "비테 쇤" 하고 나서 그녀가 인사한다.


"Tschüß!"


독일어로 이 인사를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대학교 4학년 때 교양 독일어를 배우기로는 취스는 친한 친구나 다정한 사이에서 하는 인사이고 격식을 따를 때가 "Auf Wiedersehen."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나도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Tschüß!"




이제 비스마르크 광장으로 향할 때다. 바로 이 부근에 있다.





비스마르크 광장의 전경. 

큰 트램 정거장이 있고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사진의 트램이 지나가면 보이는 쪽이

분수대가 보이는 자리이다.





바로 이 자리.

비스마르크 광장의 분수대.





아직 취학 전 아동이었던 우리 두 딸을 다니고 영국 7개국 배낭여행을 했던 부모님.

국민학교,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기억이 생생했었는데 점차 흐려진다.




"사실 그런데 내가 찍힌 사진은 내가 바라보는 구도가 아니잖아요. 나를 관찰한 구도이지."

"사진을 그때의 기억으로 왜곡해서 기억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젯밤 리나 B&B의 아내 사장님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우리는 여행을 다니면 흔히 겪는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진에 너무 집중하면 여행 당시의 나의 생생한 기억보다는 왜곡된 기억이 남고, 여행을 찍지 않으면 머릿 속에 잔상은 남으나 다 잊어버리게 된다는 딜레마에 대해서.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똑딱이 카메라도 좋지만 DSLR 카메라가 더 매력있다. 비록 무겁고 고생스러워서 버리고 싶고 짜증나는 순간도 많지만, 직접 뷰파인더로 사물을 응시하게 되니까. LCD로 찍는 것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지금 여행기를 작성하면서 생각하는 바로는, 여행을 준비하는 것, 여행을 다녀와서 기록을 정리하는 것도 모두 여행의 일부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여행 중 사진을 많이 찍는 것이 좋기는 좋다. 단, 주객이 전도될 소지가 크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부근의 사진 촬영을 다시 시도한다.

알트슈타트에서 떨어진 현실의 시민들의 출퇴근 거리인지라 

삼각대를 세워 놓고 이상한 짓을 하는 나에게 관심들은 있는 모양이지만

알트슈타트에서처럼 말을 건다든지 자세히 쳐다보는 사람들은 없다.

힐끔힐끔 구경을 당하고 있자니 참 쑥스럽고 부끄럽다.


그러나 꼭 잘 깔아야 하는 철판!

철판은 순간이고 남는 건 영원(?)하다!




이렇게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성공했다!








그리고, 7살 때의 내가 있던 위치로 가서 그때와 같은 포즈로

양 손에 브이를 그린다.

(더 자세히 보고 재현할 걸.. 돌 위치가 약간 다르다ㅜㅜ)




지금까지는 25년 전 7개월 전의 사진을 재현하기 위해 당시에 사진을 찍어주던 엄마의 시점에서 보다가, 7살 때의 내 시점으로 그 돌 위에 선 것은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잊고 있었던 순간들이 하나하나 물씬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빠가 어린 동생을 더 잘 챙겨서 샐쭉해 있었다. 그래서 아빠가 여동생을 안고 사진을 찍어줄 때 나는 괜히 씩씩한 척 뒤에서 두 손가락을 들고 브이 표시를 했던 게 기억난다. 돌 틈에서 물이 졸졸졸 흘러 나오는 분수대가 신기해서 저 사이를 팔짝팔짝 뛰어다녔고 엄마가 나를 꾸중하는 것이 서러웠다. 엄마는 맨날 하지 말라는 소리만 해. 하고 원망스러웠다. 25년 7개월이 넘어서도 아직도 붙어 있는 쓰레기통 옆의 벤치에 앉아서 트램인지 기차인지를 기다렸다. 아빠가 매고 다니시던 황토색 여행자용 크로스 백과 다른 짐들이 벤치 내가 앉은 옆 자리에 있었고, 트램인지 기차인지가 오는 순간이 영원처럼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이리 어릴 때는 시간이 안 가던지.






고개를 살짝 비틀어, 당시 내 시점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 사이를 팔짝팔짝 뛰어 놀던 7살 소녀의 시점으로.





사진의 빨간 모자의 사내가 사라진 이후에 잠시 저 자리에 앉아서 트램 정거장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25년 7개월 전 트램인지 기차인지가 안 와서 한참 기다리는 순간이 따분했고 분수대에서 뛰어놀고 싶었는데 얌전히 앉아 있으라는 부모님의 지시가 원망스러워서 시간이 더더욱 안 가던 생각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아련한 추억이다.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추억.




이제 미션을 끝냈으니 구시가지로 간다.



미션이 완료되고 나서 나는 후일, MBC 촬영팀의 요청으로 사진을 모두 촬영팀에 넘겼다. 그리고 나서 MBC 에브리원 <인생을 여행하다> 4편, 하이델베르크 편이 4월에 방송되었고 방송분 동영상을 작가 언니에게 받았다.

이 동영상을 남자친구, 부모님, 동생에게 보여줬더니 정말 좋아하고 기뻐해서 뿌듯했다.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는 방송 출연이 망설여지고 무서웠지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선물한 셈이 되어 방송에 출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MBC 에브리원 다큐멘터리 <인생을 여행하다> 출연분 캡쳐본 (포스팅 보기 클릭)



오늘의 일정은 하이델베르크 성을 둘러보는 것이다. 커다란 포도주 저장고와 땅에 난 사람 발바닥 자국을 보기 위해서. 어릴 때 신기해했고 그 앞에서도 사진을 찍었었다. 그리고 나서 어제 리나 비앤비 주인 부부와 저녁과 맥주를 한 잔 했던 레스토랑에 가서 스타벅스 텀블러를 찾아 오는 것이 목표이다. 매일 카누 아메리카노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들고다니며 마시던 텀블러를 깜박하고 그곳에 두고 왔다.ㅜㅜ 동생이 빌려준 텀블러인데...








알트슈타트 초입에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 건물. 아마 이 건물도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부속 건물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시가지를 향해 걷는다.


어제는 여러 명이 왁자지껄하게 걸었던 거리를 이제 혼자 고즈넉하게 거닐고 있다. 하이델베르크의 거리는 겨울인데도 젊은이가 많아 활기차서 항상 기분이 좋다.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이 고루 섞여 있기도 하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및 각국의 유럽인도 많고. 이곳을 지나쳐 하이델베르크 성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