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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abroad/2014 Europe

[Day05 하이델베르크] 2014.01.18. #04 안녕, 라이프치히/독일 버스 및 휴게소/하이델베르크 리나 B&B




현재 시각 오후 2시 40분.

라이프치히를 출발하는 버스는 3시 정각에 출발.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면서

숙소로 가면서 뒤를 돌아

토마스 교회를 한 장 찰칵 찍어주고




Markt 광장에 있는 구 시청사도 한 장 찍어주고


눈물이 그치지 않은 채로 격하게 흐느끼면서 글로베트로터 호스텔로 뛰어간다. 

짐을 받으러 도착했을 때가 2시 48분.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10분만에 뛰어가야 한다. 내 짐은 15kg캐리어와 각종 카메라 장비가 있는 가방, 삼각대, 등짐이다.


아까 친절했던 금발의 사내는 없고 여자 직원만 리셉션에 있었다. 어제의 그 남자에게 덕분에 서부 독일로 가기엔 교통편이 불편한 라이프치히에서 하이델베르크까지 가는 버스표를 구매할 수 있게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당신이 친절해서 이 도시의 인상이 더욱 좋아졌다고 행운을 빈다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상냥한 여자 직원에게 짐을 받아 들고, 리셉션 옆의 화장실을 재빨리 사용한 다음 호스텔을 나왔다.


이제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뛰어야 한다.






캐리어를 끌고 가다가 멈춰서서 호스텔이 있던 거리의 전경을 한 컷 찍어 주고,



캐리어를 덜덜덜덜 끌고 배낭에 장비들을 온몸에 진 채로 숨차서 헥헥 거리면서 나는 달린다.







달리면서도 나는 아직도 

바흐 무덤 앞에서 시작되었던 흐느낌이

진정이 되지 않아 울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잠깐 뒤돌아 라이프치히 중앙역의 사진을 찍는다.

중앙역 시계가 3시 8분전임을 알 수 있다.




이 오벨리스크는 무엇일까? 시내버스 정류소로 가는 길목에 있다.

나는 달리다 말고 다시 사진을 찍는다.




3시 5분 전에 시내버스 정류소에 도착.

짐을 지고 뛴 보람이 있었다.


짐을 트렁크에 싣고, 숨을 고르고, 자리에 앉았다.

흐느낌은 잦아들었지만 아직도 눈물이 났다.


라이프치히와 사랑에 빠졌는데

가장 사랑의 희열에 휩싸인 순간에

강제로 이별당하는 기분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글로베트로터 호스텔 리셉션 직원이 출력해준 하이델베르크행 열차표.

역시 QR코드로 검표를 한다.





버스가 이제 출발한다.


라이프치히.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박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행복했어.


사람들이 친절하고 아늑했던 글로베트로터 호스텔에서도,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던 전쟁기념비에서도,

정갈한 매력의 니콜라이 교회에서도,

바흐가 묻힌 성 토마스 교회에서도

순간순간이 모두 행복했어.


안녕, 라이프치히.




오후 4시쯤 되었을까,

차창 밖으로 짧은 겨울해가 떨어지고 있다.


일부러 오후의 해와 구름을 담으려고 노출을 줄인 사진이다.

한국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밖을 보면

징그럽게 논만 계속 펼쳐진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국토의 대부분이 쌀공장이구나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땅덩이가 좁고 먹여살릴 인구는 많으니 어쩔 수가 없다.


독일에서는 농경지도 있었지만 습지가 많고 잘 보존되어 있어

달리면서 구경하는 시골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얘네는 땅덩어리가 커서 그런가?

부럽긔.







버스를 타고 가노라면 독일 전역에서 이렇게

늘어서 있는 풍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버스 안에서 건너편 앞자리의 한 흑인 아저씨가

오는 내내 계속 전화로 시끄럽게 수다를 떨어서 

불편한 점 빼고는

벤츠 고속버스는 쾌적하고 편안했다.




2시간 반 정도 달리다 잠시 멈춘 휴게소.

기사님이 30분을 정차한다고 안내한다.





모두들 내려서 휴게소로 들어간다.






그러고보니 나는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라이프치히 전쟁 기념비 앞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게 다이다.



그런데도 배가 고픈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야채 수프, 바게뜨, 카페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합쳐서 8.34유로.

수프는 따뜻하고 매콤하며 맛있었다.

독일식 야채 찌개 같은 느낌?

바게뜨를 찢어서 적셔 먹으니 배가 불렀고

포만감에 만족스러워 졌다.






탑차도 벤츠, 내가 타고 온 고속 버스도 벤츠.





다시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버스에 가장 먼저 올랐다.

혼자 여행하고 있기 때문에 늘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워야 한다.

혹시 소매치기는 없을지 소지품 간수 잘 하고,

버스가 떠나지는 않을지 시간 잘 엄수하고.



카페 라떼의 온기가 기분 좋다.

카페 라떼를 발명한 사람한테는 상줘야해!!


그리고 버스는 다시 어둠을 뚫고 출발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럽의 버스들에는 안에 간이 화장실이 있다.

내부 사진을 찍어 보았다.









출발하고 시간이 지나서 이용하면 내부가 더러워지니

미리미리 이용하는 게 낫다.



3시간을 더 달려 프랑크푸르트의 시외버스 정류소에 도착.

역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옆에 있었다.


일단 이곳에 내려서 중앙역 안으로 들어간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는 소매치기와 부랑자가

득시글거린다는 정보를 들어서

나는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시외버스 정류소에서 내려서 이 쪽문으로 들어왔다.

쪽문 밖으로 살짝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넌 인도가 쭉~ 시외버스 정류소이다.

이따가 3시간 후 하이델베르크 행 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함을

기사에게 확인받고 역으로 들어왔다.




3시간이나 시간이 비니 일단은 코인로커에 짐을 넣어두고

프랑크푸르트 야경이나 구경하고 커피 한잔을 하든지

디저트라도 먹을까, 하고 코인로커로 갔다.




보관료는 24시간동안 4유로.

그런데 짐이 안 들어간다.

내 캐리어가 너무 큰 것.ㅠㅠ


어떻게 쑤셔 넣고 별짓을 다 해봐도 안 들어간다.

더 큰 사이즈의 코인로커가 있었는데

무려 8유로!!

3시간동안 짐 보관에 12,000원 돈이라니!

이건 완전 주차료에 맞먹는 돈이잖아!


8유로나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역 안에 있기로 결정.

괜히 3시간 동안 지리도 모르는 프랑크푸르트를 헤메다 

버스 놓치지 말고 역 안에 얌전히 있자.


어떤 터키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짐 보관함이 안 열린다며 낑낑대고

짜증내다가 나에게 사용법을 물어보아서

알려주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중앙역에 있던 철도 모형.





역사 내 한 벤치에 앉아서 하이델베르크의 리나 B&B에 연락을 시도.

휴대폰으로 로밍을 해 왔기 때문에 독일 내 전화가 가능하니까.


그런데 계속 전화가 가지 않는다.

몇번 뚜뚜 신호가 가다가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는 

독일어 ARS 안내 음성만 나오고 

뚝, 끊겨 연결이 되지 않는다.


슬슬 불안하다.

하이델베르크에 떨어지면 12시 30분이 되어 버리는데 

그때 숙소도 없이 미아가 되는 것인가.


MBC 촬영팀의 작가 언니가 주었던

리나 B&B 주인장 번호로 열 번도 넘게 시도해 보았는데

계속 연결이 되지 않는다. 뭐지?????

불안해진다.


Hot spot zone이라고 씌여 있던 벤치에 앉아 

와이파이도 계속 연결 시도해 보았으나

연결이 되지 않는다.





내 앞에 계속 앉아서 꽁알꽁알 떠들던 귀요미 흑인 소녀.

흑인 가족인데 대가족이 여행을 왔는지 

6~7명 되는 인원이 내 옆에 앉아 

기차를 갈아타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중앙역은 너무너무 추웠다. 두터운 패딩 점퍼를 입었으면 이렇게까진 춥지 않았을 텐데 라이프치히 시내가 따뜻해서 가을용 야상을 입고 출발했다가 프랑크푸르트에 밤에 떨어진 탓에 얼어 죽을 것만 같다. 덜덜덜 떨면서 기다리는데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지, 리나 B&B에 연결은 안 되지, 여행 온 사상 가장 시간이 안 가고 아예 멈추어버린 것 같은 최악의 3시간이었다.


아, 그런데 작가 언니가 주었던 종이 쪽지(방송팀의 독일 현지 일정이 빼곡이 적힌 A4용지였다)를 살펴보노라니, 제일 위에 현지 코디네이터라고 적힌 전화번호가 있었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40-50대는 되어보이는 목소리의 한국인 남성분이 받는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혹시 MBC 다큐멘터리 현지 코디분이신가요?"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저는 그 방송팀이랑 하이델베르크에서 만나 방송에 출연하기로 한 여행자인데요. 리나 B&B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쪽 번호가 계속 연결이 안 되어서요. 촬영팀에 제가 지금 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로 출발하는 버스를 대기하고 있다고, 밤 12시 30분쯤에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할 것 같다고 전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XXX입니다. 이름 대면 촬영팀에서 아실 거에요."


그리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한숨 놓였다. 촬영팀이 이제 와서 나를 모르겠다고 하진 않겠지.

잠시 후 전화가 왔다. 


"네 여보세요."

"XX씨!" 익숙한 목소리. 작가 언니였다. 만세!!!

"아 작가 언니~!"

"우리가 XX씨 얼마나 기다린지 알아요? 이제 안 오나보다 실망할 뻔했다니까요. 현지 코디 분 전화는 어떻게 알았어요?"

"에이 언니두~ 저 라이프치히 들렀다 온다고 했자나요~ 가기로 했음 가야죠. 언니가 주신 일정표에 있었어요. 리나 B&B 주인분에게 계속 전화했는데 연결이 안 되어서."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우리가 여기 XX씨 이름으로 방을 예약해 놨어요. 그러면 이따가 버스가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에 도착하면 택시를 타고 숙소로 와요. 택시비는 우리가 줄게. 도착하고 여기 전화해요."

"어 근데 주인장 번호가 계속 연결이 안 되던데. 길을 바로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알았어요. 주인 분 전화번호 바꿔 드릴게요."


그리고 나서 남자분이 받으셨다.

"중앙역에서 내리면 택시가 많을 거에요. Gaisbergstrasse 40A로 가자고 하시면 다 알아들으십니다. 거기 내려서 오시면 1층 건물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거처가 정해지니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내가 정말 가고 싶었고 좋아했던 라이프치히에서 일정을 굳이 급하게 소화해가며 약속을 위해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건데. 좀 데리러 와 주면 좋을 텐데 그냥 찾아오라니. 한밤중에 도시에 떨어지는 것도 불안한데. 뭐 택시비는 준댔으니. 쳇.


이제 중앙역 부근을 좀 더 구경해 볼까, 하고 캐리어 손잡이를 손에 꼭 쥐고 끌면서 걸어다니다가 한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1.90유로로 비싼 가격이었지만 뭐 어때.


문을 닫은 한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여성 세 명이 캐리어랑 배낭 등을 가득 진 채로 와서 내 건너건너편에 앉았다. 부산 사투리를 쓰는 여성들이었다. 일정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 걱정하면서 의논하고 있었다. 나는 모르는 척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그녀들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리고 나서 30분 쯤 후에 자기네들 기차가 도착했는지 어디론가 사라졌다. 카페 바닥은 지저분했고 가끔 비둘기가 걸어다니다 바닥의 과자 부스러기를 쪼아 먹었다.





할 일이 없으니 휴대폰으로 셀카도 찍어 보고.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아직도 두 시간이나 남아 있다. 완전 미칠 지경이다.






아까의 핫스팟 존으로 돌아왔다. 흑인 가족들은 사라져 없다.

그냥 여기나 앉아 있자. 하고 앉아서 계속 기다린다.

시간은 너무너무 안 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니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화장실이 하필 지하에 있네.

코인로커에 짐을 맡기지도 않았기 때문에 무거운 캐리어를 낑낑 들고 지하로 계단을 내려가고,

여기 유료 화장실은 지하철 개찰구같은 출입구가 있었는데

이 사이를 들어가지도 않는 캐리어 쑤셔넣으며 겨우 화장실로 들어갔다.


유료 화장실 가격은 1유로.

비싸다.ㅜㅜ





나 프랑크푸르트 와서 1유로짜리 화장실 이용한 사람이야.

거울 이용한 기념 사진 찍어 주고.


나오면서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화장실 입구가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어김없이 들려오는

성난 목소리.


"No photos!"


화장실 관리인이 

사진찍지 말라고 제지한다.


아 그래요 

늬예늬예 알았음니당~


참 이상하다. 

독일 사람들은 왜 이리 사진에 인색할까.

화장실 입구에 무슨 국가 기밀이라도 표시해 놨나.


이제 드디어 20분 가량 남았다. 

더는 여기 못 있겠어서

밖에서 기다려도 좋으니

시외버스 정류소로 나간다.






프랑크푸르트를 경유만 한 채로 이곳을 떠난다.

이 도시도 유명한 도시이니만큼 보면 좋았을 텐데,

아쉽긴 하지만 발칸 반도까지 내려갔다 올라와서

저가 항공편 이용해 스페인으로 날아가려면 

하루도 더 지체하면 안 된다.


하이델베르크 행 고속버스가 도착했고, 짐을 싣고 버스에 올랐다.

근데 거의 밤 10시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버스 안이 바글바글했다.

왜 이리 사람이 많지? 깜짝 놀랐다.


지금껏 독일에서 버스 이용하면서 겨울철 비수기라 그런지

좌석 두 개를 점유하고 편하게 다닐 수 있었는데

하이델베르크 행 버스는 좌석이 거의 다 찼다.


뭐 한 시간 남짓 이동하면 되니까 괜찮다.

역시 대학교가 있는 도시라 그런가.

승객의 대부분은 젊은이들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을 떠난다.

이곳을 떠나면서 난 잠들었었던가.

아니면 멍하니 어둠 속을 응시했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버스가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모두 내리고, 다들 어디론가 썰물처럼 사라진다.






중앙역 맞은 편 전경을 찍은 모습.

짐을 가득 진 채로 대충 찍어서 막 흔들림.





아까 리나 B&B 주인장이 말한대로 중앙역 앞에는 다행히 택시들이 많이 늘어서 있었다.

혹시 몰라서 리나 B&B의 주인 번호로 걸어 보았으나 

역시나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다.

(혹시나 노파심에 한 마디 적자면, 전화 연결이 안 된 건 

주인분의 잘못도 아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장애였던 것입니다)



그냥 단념하고 택시 한 대를 잡아 탔다. 까만 고수머리의 키가 크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기사였다. 하이델베르크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활짝 웃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Gaisbergstrasse 40A라고 적은 쪽지를 내밀며 이쪽으로 가 달라고 했더니 알았다면서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고 출발하였다.



5분에서 10분 정도 달렸던 것 같다. 택시 미터기가 12유로 정도 나왔던 것 같다. 역시 유럽 택시요금 무지하게 비싸다.

그리고 기사님이 도착하고 나서 그 부근을 훑어 보다가 한 건물을 가리키며 

"저 건물이 Gaisbergstrasse 40이고 이 옆 건물이 Gaisbergstrasse 42 건물인데 40A 건물이 뭔지는 나도 모르겠네요."

하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내가 집 주인한테 전화하면 되니까요.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택시는 쌩 하고 사라졌다. 그곳 주변을 훑어보는데 정말로 40A 라는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한밤중이라 깜깜하고, 사람도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고, 그렇다고 엉뚱한 집 초인종을 누를 수도 없고. 주인장 번호는 연결되지 않고.

짜증이 치밀어 오르려는데 혹시 몰라 다시 주인장 번호로 전화를 해봤더니 연결이 되었고 나와서 문을 열어 주셨다. 아까부터 같은 번호로 전화했는데 왜 전화가 되지 않은 걸까? 미스테리다. 휴, 여튼 십 년 감수했다. 


폰을 보니 작가 언니에게 전화가 왔었던 거다. 나를 데리러 중앙역에 가서 계속 찾았는데 서로 길이 엇갈렸다고. 작가 언니와 수석 PD님, 주인 부부가 숙소에 있었다. 베를린에서 인연을 맺었던 MBC 촬영팀을, 400km 가까이 되는 먼 길을 떠나 다시 여기서 보게 되다니 정말 반가웠다.


"김용택 선생님은요?"

"XX씨가 오늘 묵을 방에 어제까지 묵으셨고, 시내의 다른 호텔로 옮기셨어요. 내일 방송분 촬영하기 위해서 여기로 다시 오실 거야."

"이 숙소 정말 깔끔하고 좋지? 피곤했을 테니 일단 푹 쉬어. 우린 내일 다시 올게."

"PD님들하고 작가님은요? 여기서 안 묵어요?"

"여기 방이 모자라서. 내일 보자. 고생했어."


내가 알아본 숙소도 아니고 방송팀에 끌려 온 숙소라서 잘 모르고 왔고, 한인 민박이라 들어서 10명은 수용할 수 있는 도미토리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방이 세 개인 작은 아파트였다. 하나가 주인 부부의 방, 하나가 2인실 더블 베드가 있는 방, 나머지 하나가 트윈 베드가 있는 방.




작가님과 PD님은 내일 보자며 인사를 하고 가시고,





나만 남았다. 내가 배정된 방.

사실 지금와서 솔직히 하는 말인데, 

예쁜 방이라 좋긴 했지만

그때의 내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부담스러웠다.


나는 가난한 여행자 컨셉으로

도미토리같은 곳에서 묵거나 숙박비와 시간 절약을 위해 

야간열차/버스에서 흔들리면서 잠을 자고 있고

나중에 공항에서 노숙도 하면서 

여행할 계획인데 혼자서 이렇게 넓고

예쁜 방을 덜컥 배정받다니.

여기 그러고 보니 방이 얼마 하는지도 모르네.

무지 비싼 거 아냐?

걱정되었다.


연인이나 남편, 

혹은 마음 맞는 친구랑 같이 오면

참 좋았을 것 같다.





주인 부부가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잘 꾸며 놓으셨다. 

덩그러니 세워놓은 내 삼각대와

욕실에서 씻고 나서 수건을 널어 놓은 게 에러.





이 때는 잘 몰랐는데 내가 신혼살림 준비하면서 알아본 후의 시점인 지금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보니 많은 가구들이 다 이케아 제품이다. ㅋㅋㅋ

여기 주인언니도 이케아 좋아하시는 구나. 저도 이케아 좋아해요!







짐을 풀고, 숙소에 도착하면 늘 하는 의식을 치른다.

내가 하는 의식은

1. 휴대폰 충전

2. DSLR 배터리 충전

3. 넷북에 DSLR 카메라 메모리 옮기기






일단은 씻고 예쁜 방에 묵었다는 기념 촬영을 하고.

역시 셀프 타이머.ㅋㅋㅋ



나는 간만에 푹 잠들었다.

단 한번도 깨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