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ip abroad/2014 Europe

[Day02 베를린] 2014.01.15. #02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바우하우스 기념관







오늘 일정은 바우하우스 기념관과 지게스조일레(전승기념탑),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둘러볼 것이다. 그리고 포츠담 광장으로 와서 저녁식사로 바피아노에 가야지. 그런데 ZOB에서 시간을 지체하느라 벌써 정오가 되었다. 베를린의 겨울철은 4시면 어둑어둑해지는데 가능할까?


결론은 오늘도 빡세게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




이제는 익숙한 Kaiserdamm 역.




전철역 내부의 영화포스터들.






역시 초 역에 내려서 잠시 꽃집의 꽃을 구경하고






200번 버스를 타러 가기 전에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로 향한다.

자세히 보면 종탑 뒤에 벤츠 마크가 있는데 베를린 전역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고 저 마크는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빙글빙글 돌아간다. 신기함.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는 구 교회와 신 교회가 있는데, 신 교회는 앞선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2차세계대전 당시의 포격으로 허물어 진 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고,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양식(내가 무지해서 자세히 무슨 양식인지는 모르겠고-_-;)이고, 그 앞에 무슨 옛날 시골 할아버지들이 쓰시던 성냥곽도 아니고 통조림도 아니고 무식하게 떡하니 각지게 생긴게 신 교회이다.




내 여행의 철칙.

교회는 무조건 들어가 본다.

일단 교회를 구경하는 건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경건하게 달래주는 치유 효과도 있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중요한 건 공짜니까!





왼쪽 보수 공사로 둘러 놓은 곳이 구 교회이고,

오른쪽 격자 무늬 벽 앞에 커리 부어스트 간이 매점이 있는 곳이 신 교회이다.





입구가... 어디?





저기다.






일단 구 교회부터 들어가 본다.





멋진 천장화가 눈을 사로잡는다.





현대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인가보다.

나치 치하 유대인들이 가슴에 달았던 다윗의 별 표시가 설명 표지판에 있네.


읽어볼 수도 있었으나 오늘은 바쁘다. 패스.



교회 내 중요한 작품이나 유물들에 대한 안내서.






교회를 장식하고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에 대한 설명.


구 교회는 보수공사 중이어서 더는 볼 수가 없어서 패스하고, 신 교회로 가 본다.







신 교회의 입구.


들어가자마자 헉, 하는 탄성 소리가 절로 나와 숨을 삼켰다.




아름답다.

현대식 스테인드 글라스가 고전주의 형식에 뒤지지 않게 이토록 아름답고 성스러울 수도 있구나..


경건하고 고요한 침묵이 성당 내부에 묵직하게 깔려 있어 차마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으면 이 사진은 존재하지 않겠지-_-)지만 그래도 찍사 본능은 어쩔 수 없어 뭔가 죄책감을 느끼면서 셔터를 눌렀다.


주로 노인 양반들이 대여섯명, 띄엄띄엄 앉아 예수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도하는 눈빛으로.




이 사진을 찍고 나서 나도 모르게 자리에 앉아 멍하니 스테인드글라스와 예수상을 무엇엔가 취한 듯 바라보았다.

조형적으로 이렇게 간결하고 정제되어 있으면서 화려하고 경건하다.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보기만 해도 감동받는다.

절대자라는 존재가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간의 몸으로 내려와서 

인간을 위해 죽어가며 겪는 고뇌 같은 것들이 느껴져 숙연해진다.





목탄같은 걸로 스케치한 그림 같은데... 아까 설명 표지판에도 있던 그림인데 뭘까?

중요한 의의가 있는 그림 같아서 찰칵.


6일 전에 급하게 비행기표 끊어 온 여행이라 사전 배경지식 없이 와서 정말 아쉽다.

모든 것이 아는 만큼 보이는 건데...





출구에 계시던 수녀님.





이 사과는 또 뭐지? 기부금을 받는 건가?

아는 게 없어...ㅜㅜ


바우하우스와 전승기념탑, 이스트사이드 갤러리까지 다 보려면 시간이 없다.

내일은 드레스덴을 가야 하고 모레는 베를린을 떠난다. 

해는 오후 4~5시면 진다. 마음이 급해서 성당을 나왔다.






신 교회 뒷편의 빌딩 꼭대기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벤츠 심벌.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 앞의 광장.





초췌 + 비루한 내 얼굴도 인증샷으로 찰칵.


난 여행가서는 기동성! 편리함! 중시해서 저렇게 다니는데

넝마주의 히피가 따로 없네.

사진찍고 나서 늘 후회한다. 왜 저러고 다녔을까...ㅜㅜ





광장 앞의 버스 정류장(H표시가 있는 곳)에서 200번을 기다린다.

200번은 주요 명소를 다 지나치므로 정말 편리하다.





버스를 타고 출발.

5~6 정거장쯤 가서 내린다.





내려서 2분 정도? 조금만 걸어가면






바우하우스 기념관이 나타난다.






독일 전역에 바우하우스 기념관은 세 곳이 있다고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베를린에 있는 것이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1층으로 내려가면 입구가 나타난다.




카운터에서 입장권을 구입.

가격은 6유로.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지하 1층의 코인로커 짐 보관소에 짐을 맡기러 내려갔다.

코인로커는 짐 반납시 동전도 반환된다.



계단을 내려가면





나타나는 코인로커.





이마트 카트와 같은 동전 반환 시스템.




18번에 짐을 맡기고








로커 옆의 화장실을 이용해 주고

(유럽은 화장실이 유료이기 때문에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화장실을 써 줘야 한다)




무료인 오디오가이드를 받아 관람을 시작한다.

뭐 기대는 안 했지만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는 없고 영어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면 된다. 내부 사진 촬영 금지가 되어 있기 때문에 바우하우스 기념관에 대해서 잘 전달할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나도 건축이나 디자인에 대해서 잘 아는 바는 없지만, 흔히들 바우하우스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교본이자 시초라고들 일컫는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바우하우스 기념관 관람으로 바우하우스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도 괜찮다. 오디오가이드와 영어 설명 판넬을 통해 더 자세히 알 수는 있지만, 그냥 전시물을 꼼꼼이 보기만 해도 충분하다. 바우하우스 기념관의 전시물들을 둘러보자면 별다른 설명 없이도 당대 예술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고도의 추상화 작업을 통해 단순화한 '원형'을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 도입했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다. 


당대 예술가들이 풍경이나 정물을 점, 선, 원,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최대한 단순화하는 스케치와 드로잉에서부터 이것이 회화에 응용되는 과정에서 더 나아가 디자인에 응용되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나아감을 알 수 있다.


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 의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디자인이다.

지금의 우리야 현대의 미니멀리즘한 디자인에 아주 익숙하니 저런 디자인의 의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디자인의 의자가 탄생하기까지는 고도의 추상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폴 세잔의 정물화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정물화의 개념이다.





몬드리안의 사과나무 그림들이다.

점점 나무의 형상이 추상화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학교 때 처음 저 그림을 봤는데 

왜 저래 저건 도대체 뭥미 싶었었다.



'추상'을 통해 '보편성'으로 나아간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저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




점점 더 보편화를 향해 가면서 이런 극단적 결과를 낳게 된다.




몬드리안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선과 면, 단순한 3원색 밖에 남지 않았다.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과 같은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당연히 처음 보면 저게 무슨 예술이야? 하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그런 작품.




바우하우스 전시관에는 이렇게 추상을 통한 보편화의 디자인으로 나가는 과정이 잘 전시되어 있다.

드로잉, 여러 습작 등의 전시물들을 통해.





다시 의자로 돌아가면,

이것은 앤틱 스타일의 의자이다.



이전 시대의 사람들에는 이 디자인의 의자가 당연한 디자인이었을 것이다.


추상을 통한 보편성에 도달하면 가장 단순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이 의자는

아래와 같이 변신한다.




위의 추상화 작업의 맥락을 이해했으면 이제 이 의자가 평범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혁명적인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이런 건물이며

(현대식 건물은 다 네모난데 이것도 바우하우스의 영향인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네모난 집이다.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를 당신의 집도 역시)




이런 수레며.







바우하우스 기념관, 6유로가 아깝지 않았다.

바우하우스 기념관에 1시간만 투자하려고 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어서 꼼꼼이 보다가 두 시간이나 관람해 버렸다. 

그나마도 다 못 보고 나온 것이다.  ㅜㅜ

오후 2시인데 해는 4시 반이면 지는데 난 지게스조일레와 멀리 떨어진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 가야 하는데!!






관람을 끝내고 나와서 디자인 소품 샵을 구경하였다. 여기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지 않다.





단순화의 미학.





체스까지!





추레한 몰골로 기념 촬영을 하고,

(나의 기념 촬영은 언제나 셀프타이머를 이용한 셀프샷!)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바우하우스 기념관을 빠져나왔다.






다시 200번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