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츠담 광장으로 가야 한다.
동 역에서 포츠담 광장으로 가려면 전철을 두 번 갈아타야 했다.
동 역Ostbahnhof은 베를린 주요 관광지가 모여 있는 곳에서 꽤 거리가 있다. 기차역이니만큼 지하철 노선이 4개가 겹친다.
그중에서도 U3를 타고 대여섯 정거장 정도 간 후에 1회 환승하고 세 정거장을 더 가야 한다.
서울 지하철에 비하면 껌이지만 베를린에서는 거리가 있는 편이지.
동 역Ostbahnhof의 역사 내부를 촬영.
LTE plus 어쩌고 써 있는 걸로 봐서 휴대폰 대리점인듯?
동역에서 전철을 타고 이동.
총 여덟 정거장, 1회 환승.
포츠담 광장에 내려서 바피아노로 간다.
현재 시각 7시.
저녁 식사 시간이라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바피아노는 파스타 전문점이긴 한데 셀프 서비스를 특징적으로 도입한 프랜차이즈라는 특색이 있다.
파스타가 셀프 서비스? 좀 생뚱맞고 굳이 파스타를 셀프 서비스 매장에서 먹을 필요가 있나 싶긴 한데
다양한 파스타 면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면의 맛이 기름지지 않고 담백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신도림 디큐브시티 5층의 바피아노 매장에 자주 갔었는데
현지에서 먹을 생각을 하니 신기하다.
주문/결제 시스템은 신도림 점이나 포츠담 광장 점이나 같다.
차이점은 여기 매장에서는 좌석에 다닥다닥 붙어 앉는 다는 점.
유럽에서는 카페도 그렇고 좁은 바 테이블이나 티테이블에 모르는 사람과 붙어 앉아도 상관 없다는 분위기인데
한국은 웬만하면 일행이 아닌 사람과는 멀찍이 떨어져 앉는 것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바피아노 특유의 바테이블 인테리어를 도입하면서도 일행끼리 앉을 수 있도록 살짝 변형된 스타일의 바테이블이 더 많다.
나는 일행도 없이 혼자 온 것이어서 매장을 보고 살짝 부담스러워졌다.
저 사이에 혼자 껴 앉을 생각을 하니 뻘쭘.
게다가 나는 왕대포만한 카메라(DSLR 계에서는 450d에 탐론 28-75는
가성비 좋은 저렴한 카메라에 불과하지만 사진 취미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는 왕대포이겠지)를 목에 걸고 있다.
북적북적한 매장 내에서 유일한 동아시아계 여성이 커다란 카메라를 목에 건 채로 사람에 치이면서도
사진을 찍으며 왔다갔다 하니 눈에 띌 수밖에.
뭐 이 사람들은 여기를 나가면 나를 기억도 못 할 거고 사진찍는 순간은 민망해도
나중에 결과물을 보면 뿌듯하니까!
라는 심정으로 꿋꿋하게 사진을 찍었다.
주방 쉐프의 복장이 서울의 신도림 바피아노와 완전 똑같은 게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초점이 나가버려서 실패.
다시 찍으려고 했는데 저 남자가 눈을 부라리며 사진찍지 말라고 화를 내서 못 찍었다.
내가 유럽의 많은 나라를 여행해 봤지만 유난히
독일인들은 사진 촬영에 인색한 것 같다.
이 여행기를 계속 보면 알겠지만
보통 여행자가 카메라를 들이밀면 환하게 웃거나 브이도 해주고 하는데
독일인들은 화를 내거나 사진찍지 말라고 제지를 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소심해져 독일 여행 말미에는 인물 사진이 거의 없어진다.
파스타 면을 고를 수 있는 메뉴판.
나는 뽀모도로 치즈 스파게티를 시켰다.
가격은 7.25유로.
여기 분위기가 점차 맘에 안 들어서 음식값 외에 더 이상 돈을 쓰기 싫었다.
정말 파스타 맛만 보고 나오려고
맥주도 음료도 주문하지 않고 물만 마셨다.
앞의 카드는 임시 식대 지불 카드이다.
일종의 신용카드 개념인데 여기서 파스타, 음료, 사이드 메뉴 등등을
각각의 가판대 앞에 가서 직접 주문하고 받아 온 뒤 카드를 찍고,
매장을 나가면서 카드에 입력된 총 금액을 지불하면 되는 구조이다.
이 카드 시스템 역시 신도림 점과 완전 동일했고,
카드의 디자인까지 똑같았다.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다가 겨우 한 자리가 나서 나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껴 앉아 파스타를 먹었다.
맛은 신도림 점과 비슷했고, 여기는 피클도 무료로 나오지 않는다. 주문해야 주는 듯.
에잇, 신도림 점 서비스가 훨씬 낫다.
바피아노를 나와 시그마 10-20과 삼각대를 이용해
포츠담 광장의 야경 사진을 박아주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로 브란덴부르크 문의 야경을 보기 위해 다시 걷기 시작한다.
포츠담 광장에서 브란덴부르크 문 까지는 지하철 한 정거장 차이 정도의 거리이다.
주변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샵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밤이고 행인이 별로 없었으며 어두웠지만
그리 무서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홀로코스트 추모비 도착.
내가 그나마 겁이 덜한 성격이라 그렇지
겁 많은 사람이나 여성 분들 같은 경우 밤에 여기 오시는 것은 비추합니다.
마치 공포 체험장에 온 것 같은 오싹한 기운이 밀려온다.
나치에 의해 죄 없이 학살당한 희생양들의 원혼이 금방이라도 몰려올 것 같은 종류의 공포.
어제 낮에 찍었던 홀로코스트 추모비.
낮에도 섬뜩한데 밤에 보니 더욱 섬뜩하다.
빛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 삼각대를 이용하여 촬영하였다.
원하는 구도가 나오지 않아 삼각대 높이고, 노출 시간이 긴데 삼각대 다리를 늘리니 불안정하므로
셔터가 움직이는 동안의 충격으로도 흔들거려 삼각대를 꼭 누르고 숨 참고 찍은 사진들이다.
자세히 보면 비석에 삼각대와 내 그림자가 보인다.
정말 무서웠다.
가끔 아저씨들이 지나가면 더 무서웠다.
(죄 없는 아저씨들 죄송)
그래도 무서워요.
수십 번 시도 끝에 그나마 마음에 드는 샷 몇 개를 건지고 이제 진짜로
마지막으로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향한다.
여기서 걸어서 2분 거리.
브란덴부르크 문이 멀리 보인다.
밤길이 운치있어서 갑자기 삼각대 세우고 한 장 찰칵.
브란덴부르크 문에 도착.
투구를 쓴 전사의 상인데
왠지 사람은 아니고 그리스 신일 것 같은 느낌이.
아폴로인가?
먼저 야경 인증샷!
수평도 안 맞고 역광에 빛도 없이 어두워서 내 얼굴도 안 나오고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고,
먼저 시그마 10-20을 이용하여 야경샷을 찍는다.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바라본 파리저 광장Parizer Platz.
저기서부터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거리가 시작된다.
시그마 10-20을 이용하여 브란덴부르크 문의 전체 샷 한번 잡아 주고
탐론 28-75로 바꿔 확대샷.
겨울 밤 공기가 쌀쌀한데 한 시간 넘게 쉬지 않고 맨 손으로 알루미늄 삼각대를 조정하고
DSLR을 들고 렌즈를 시그마 10-20을 끼웠다 탐론 28-75를 끼웠다
번갈아 바꾸어 마운트하려니 손이 꽁꽁 얼고 시려워 혼났다.
그래서 여행올 때는 다들 시그마 18-200같은 여행자 렌즈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난 여행 한번 다녀오고 렌즈를 안 쓸 것이 아니라 계속 내가 원하는 용도대로 사용하고 싶었고
카메라 산지 4년 만에 큰 맘 먹고 신중히 고른 렌즈들이라 어쩔 수 있나, 감내해야지.
다음 두 장의 사진은 정말 100장 넘게 찍어 두 장 건진 사진이다.
브란덴부르크 문 꼭대기에 승리의 여신이 모는 4두마차 동상.
탐론 28-75에서 최대로 75mm 준망원 영역까지 화각을 높이고
(엄밀히 말하면 화각이 좁아지는 것이겠지)
깜깜한 곳에서 노출 시간을 늘려서 찍은 건데 준망원 영역의 화각이라
찰칵~ 하는 순간 카메라 본체가 반동으로 흔들리기 때문에 삼각대 위에 올려 놓아도 흔들린 결과물이 나온다.
알루미늄 삼각대라 어쩔 수가 없다. 무겁고 비싼 삼각대면 내가 여행 내내 지고 다닐 수 없었을 테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삼각대를 땅을 향해 짓누르고 숨을 참아
찰~칵 하는 순간의 반동을 최소화하길 반복하여 얻은,
고수들에게는 별 것 아니겠지만 내게는 값진 결과물.
이제 집(숙소)으로 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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