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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abroad/2014 Europe

[Day03 드레스덴] 2014.01.16. #01 드레스덴 도착부터 삽질기/성모 교회/군주의 행렬








알람을 새벽 6시 20분에 맞추어 놓았었는데, 여섯 시 20분에 번쩍 눈이 떠졌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알람을 맞추어 놓아도 끄고 다시 자곤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여행만 오면 일정한 시간에 잠이 확 깨는 것이었다. 8년전 터키에서 만났던 한 남자애가 말했던 생각이 난다. 여행자 파워 자동 알람 시계 발동이라고. 딱 그거다.



매일 아침 정성스레 한식을 준비하시는 여자 사장님과 따님은 벌써부터 일어나 계셨다. 민박집 아침 식사 시간이 오전 8시 30분이라 오늘은 조식을 먹을 수 없다. 맛있는 밥 냄새를 맡으면서 먹지 못해 아쉬웠지만 샤워를 하고 준비를 마친 다음 베를린 종합터미널 ZOB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으슬으슬 춥기까지 했다. 안경이 아니라 렌즈를 끼고 오길 잘 했다.




겨울이라 해가 늦게 뜬다. 7시쯤 되었을 것이다.





터미널 전경.

나는 버스 출발 15분쯤 전에 ZOB에 도착했다.






드레스덴 행 버스가 드디어 왔다.

7시 45분 출발.






버스에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제 민박집에서 사람들이랑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고 3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온지라 굉장히 피곤했다. 여행 전날 밤을 새서 짐을 꾸리고 40시간 동안 잠을 못 자고, 계속 강행군의 연속이다. 덕분에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는 고단한 몸을 버스 좌석에 파묻은 채 곤히 잘 수 있었다.


눈이 번쩍 떠 졌을 때는 어느덧 날이 밝아 있었다. 창 밖을 보니 소도시 시 외곽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가끔 정차하며 승객을 내려 주고, 어느덧 점점 목적지에 가까워 진다. 





강이 나타났다. 엘베 강이다.

드디어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버스 차창 밖으로 스치는

엘베 강 건너편 구시가지를 바라다보며

마음 속으로 탄성이 나왔다. 

와! 아름답다...



날씨는 추적추적 부슬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는

음울한 날씨였다.







버스는 드레스덴 중앙역 앞에 정차하였다. 

여기서 나와 한 30대 후반의 신사 등 세 명 정도만 내렸던 것 같다.






중앙역 건너편엔 쇼핑 센터로 보이는 현대식 건물이 있다.

사이에는 대로가 있고 대로에는 규모가 큰 트램 환승 센터가 있다.







잠깐 중앙역사 방문.

보통 유럽의 도시들은 역에 내리면 Tourist Information이 있어서 

거기서 도시의 공식 지도를 받아들면

숙소까지의 여정 및 그 도시에서의 일정이 시작되는데, 

이상스럽게도 독일은 인포가 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나는 당연히 중앙역에 인포가 있으려니~ 했다가

완전 낭패를 당하는 경험을 이후로도 몇 번이나 경험한다.

왜 이렇게 불편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제가 드레스덴에 간 것은 1년 전이라서 

최근에 업데이트가 된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현재는 중앙역 부근에 인포메이션이 생겼다고 합니다)




일단 중앙역을 구경하고,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너무 고팠다.

역사에 있는 마르쉐로 가서 바게트 샌드위치와 카페 라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하여 시켰다.

여기 매장 내부 사진을 찍으려다 종업원에게 제지당함.

소심하게 건물 정면 사진만 찍고 나왔다.


트램 역까지 걸어가면서 아침을 먹었다. 독일도 그렇고 유럽 국가에서 특이한 점은 길거리에서 햄버거/샌드위치/케밥 따위를 먹으면서 걸어가는 사람이 많다. 끼니는 상에서 제대로 차려 먹어야 된다는 생각을 지닌 문화라서 그런 듯 하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반가웠다. 나는 음식은 배를 채우기만 하면 된다는 주의이고 특히 바쁘거나 공부/공작/여행/작업 등 다른 것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 때는 밥 먹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아까워 하면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한국에서도 버스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운다거나 하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냄새를 풍기는 것 때문에 눈치를 주거나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어 민망했는데, 여기는 다 그런 분위기라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길에서 끼니를 때울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행복했다.


게다가 샌드위치와 커피는 매우 맛있었다.

쌀쌀한 날씨였는데 커피가 몸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어 행복감이 온 몸에 물 밀듯 밀려들어왔다.






아까 언급했던 쇼핑 센터와 중앙역 사이에 있는 규모가 큰 트램 환승 센터.






트램 티켓 자판기에서 1일권을 구입하였다. 

가격은 5유로.


드레스덴은 베를린만큼 대도시가 아니므로 U-Bahn은 없다.

트램(S-Bahn)과 버스가 주요 대중 교통수단이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사실 드레스덴에서는 1일권을 구입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도 든다.

주요 관광지는 다 모여 있고, 

중앙역에서 관광지까지 도보로 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으므로 

트램을 타고 거기까지 가서 관광을 마치고 중앙역으로 돌아오면 되니까

왕복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오가는 다이나믹한 관광을 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베를린 민박집에서 같은 방을 썼던 민영 씨가 드레스덴을 다녀왔다고 해서 미리 몇 가지 정보를 물어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었다. 

"3,7번 트램을 타고 시청 앞에서 내려서 먼저 지도를 받고 나서 도보로 성모교회까지 걸어가서 구경한 다음, 길을 잃으면서 막 다녀도 돼요. 부근에서 주요 볼거리가 다 나오거든요. 드레스덴은 신 시가지 볼 거면 당일치기는 조금 빠듯하긴 한데, 구 시가지만 볼 거면 2~3시간이면 다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민영 씨가 알려준 대로, 7번 트램을 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시가지가 나오는 게 아니라 농경지와 교외 쪽으로 가는 분위기다. 뭐지?





내 정신 좀 봐라. 반대 방향으로 가는 트램을 탄 것이다.

방향 생각도 않고 7번 트램을 보고 반가워서 그냥 홀랑 타 버린 것.

으이구 이 화상아ㅜㅜ







반대편으로 건너가서 7번 트램을 기다린다. 

잦은 노선은 아닌지 15분 가량 기다렸던 것 같다.

도착한지가 언젠데 중앙역사 구경하고 아침 사 먹고 트램 잘못 타서 엉뚱한 방향으로 오고 하면서 

1시간 가까이 허비해 버렸다.ㅜㅜ





트램이 들어온다.





드레스덴의 트램은 최근에 다 재정비 되었는지 내/외관이 아주 깔끔하다.




트램 차창 너머로 보이는 건물을 찍은 사진.

뭔가 유서 깊은 건물인 feel이 딱 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Dresden City Museum)

이제 구 시가지가 나오겠지?



여기서 내렸어야 하는데...




뭔가 점차 건물이 없어지고 특이한 건물 하나가 똻! 나타난다.





주변 시가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건물이 보인다. 

트램 차창 밖으로 빨리 지나가서 잘 잡지는 못했는데 

자세히 보면 문 위에 뭔가 특이한 문자가 씌여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대인 시나고그였다.


구 시가지가 왜 안 나오지? 라고 생각하는데





으아아악! 강을 건너 간다.

구시가지가 멀어지고 있다. 

뭐지? 이 트램 시청 가는 거 아니었음?

시청Rathaus에 내리면 된다고 민영 씨가 알려줬었는데??



멘붕의 연속이다.




여긴 아무리 봐도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주거지이다.

현대식 아파트들이 있고...

일단 강 건너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러니까 여기에 내린 거다.

우리는 다?

귀여운 코알라 광고인데 무슨 의미일까?


멀리 보이는 건물이 나중에 알고 보니 극장이라고 한다.



일단 반대편 트램 정거장으로 가서 반대로 가는 트램을 다시 기다려 탄다.



멘붕의 연속이다. ㅜㅜ

드레스덴에 도착한 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 아직 공식 관광 지도 하나를 못 받았네.






오늘 이 광경 정말 자주 보네.

 하! 하하하하하하!






다시 유대인 시나고그 정류소를 지나고





그 다음 정류소, 

구 시가지에서 왠지 가까울 것만 같은 곳에서 내려서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신호를 기다린다.

나 오늘 덕분에 트램 1일권 뽕을 제대로 뽑네...-_-;








아, 여기서 트램을 한 번 갈아타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트램 기다리기도 이제 지겹다. 그냥 걸어가기로 결정.

여행 책자에 나와 있는 지도는 

구 시가지 주변 관광에 필요한 정보만 나와 있어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이 부근에서 나는 막연한 방향만 잡고

되는 대로 길을 잃은 채 걸어갈 수 밖에 없었다.







뭔가 오래된 탑이 있는 곳 같은 곳을 향해 걷는다.


카페, 레스토랑, 서점,

같은 상점들이 즐비한 사이로 계속 걷는다.

얼마 전까지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였던 흔적이 거리마다 남아 있었다.




사진에서 명손실로 잘 안 나왔는데 

건물 사이에 크리스마스 전구 전선이 달려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아무리 봐도 그 유명한

성모 교회로 보이는 건물이 있다.


마음이 안심되기 시작한다!

휴...



민영 씨가 여기부터 

그냥 길을 잃은 채로 막 다니면 된다고 그러더니

이 날 하루 종일, 진짜 그러했다.

ㅋㅋㅋㅋㅋ





건물 외관이 새까맣다.






보수된 대리석과 그을린 대리석이 섞여 

뭔가 처연하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각대와 10초 타이머 이용한 기념 사진 한 장 박아 주고,



성모 교회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좀 이따 보기로 하고,

일단 인포메이션에서 지도를 받는 것이 먼저다.








세계 어느 도시이건 맥도날드 같은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있는 건 당연하지만

유럽의 도시 같은 경우 옛 건물에 맥도날드가 있는 것이 신기하여

계속 이렇게 사진을 남기게 되는 것이다.







유물 발굴 현장인 것 같다.

이곳을 지나 





뭔지 모르지만 큰 광장과 동상이 있는 곳을 지나는데

웬 터키인 아니면 중동인일 것 같은 40-50대 아저씨가 

모 교회를 배경으로 이 광장 전체를 잡을 수 있게 

독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외국인이 이렇게 디테일하게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은

처음이라서 인상에 남는다)


DSLR을 목에 덜렁덜렁 매고 삼각대도 지고 다녀서 그런지 유난히 

사진 찍는 걸 부탁하는 사람이 많다.

흔쾌히 찍어주고 뷰파인더를 가리키며 맘에 드냐고 물었더니 

아주 만족스럽다며 엄지를 치켜들고 사라졌다.

나도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다가, 

아까 사진 찍어준 방향을 보니 멀리 표시가 보인다.

올레!!!






드디어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 도착.

(제가 드레스덴에 간 것은 1년 전이라서 

최근에 업데이트가 된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현재는 중앙역 부근에 인포메이션이 생기고 이 곳은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드레스덴 가실 분들은 참조하시길)


이 건물 전체가 관광 안내소인 것은 아니고, 

고급 부띠끄 같은 샵들이 즐비한 

쇼핑 센터였는데 지하에 인포가 있었다.





내부는 쇼핑몰이다.







지하에 있었던 인포메이션.

그런데 이상하다. 왜 무료 지도가 없지?

유료 지도밖에 없었고 그것도 너무 비싸다.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안 되어 있네.


뭐 우리 돈으로 만원 안 팎의 가격이었지만 정말 여기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뭐 지금 와서 드레스덴에 얽힌 역사 공부를 할 것도 아니고 당일치기로 와서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지도책자를 사랴. 모르면 모르는 만큼만 느끼면 되지, 라고 생각하며 그냥 나와버렸다. 아마 드레스덴에서 심사가 뒤틀린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다시 성모 교회로 되돌아간다.







1년 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기억에 의존해서 서술하겠다.

이 교회는 드레스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16세기인지 17세기인지부터 존재했던 건물이고, 내부에 기둥 하나 없이 돔으로만 버티는, 당시 건축 기술의 백미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 당시 연합군의 드레스덴 대공습 때 파괴된 것을 나중에 다시 재건한 것이다. 시민들이 이 건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건물의 잔해 벽돌 하나 하나에 번호를 매겨 모아두었다가 점차 재건했다는 것.






내가 건축물에 대해 문외한이라 무슨 양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관이 상당히 특이하다. 여행 중에서 본 다른 교회들과 다른 분위기.

맑고 청순하다는 느낌을 주는 분위기의,

단아하고 아름다운 외관의 건물이다.








멀리 알베르티눔 박물관이 보인다.






기념 사진 찰칵.






교회의 뜰 앞에는 외벽의 잔해인지 아니면 

포격 때 나가 떨어진 후 제 짝을 찾지 못한 파편인지가

일부러 보란 듯 세워져 있었다.






벽돌 하나하나 될 수 있는 대로 찾아서 

퍼즐 처럼 맞춘, 

이 교회를 복원하려는 노력과 정성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뭉클했다.


교회는 무료이니 눈앞에 교회가 나타나면 무조건 들어가 본다는 주의였으나

무슨 내부 수리중인지 1월 17일까지 닫아 놓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ㅜㅜ



성모 교회를 떠나서 정처없이 2~3분 쯤 걸었을까?

바로 똻!



그 유명한 군주의 행렬이 나타났다.

아, 아름다워라....








전체가 100미터 가량 되는 거대한 벽화이다.

초점 거리 10mm.



시그마 10-20이 아니었으면 전체를 다 담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장엄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이 골목의 전체가 군주의 행렬 벽화로 되어 있다.






자세히 보면 모두 타일로 된 것을 알 수 있다.

도자기 명가인 마이센 타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서 기념 촬영을 했다.



내 오른쪽 뒤에 보이는 노점은 사진을 촬영해 주는 곳이었는데

안내판 문구 중에서 한국어도 있었다. 

요즘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드레스덴이 뜬다더니 과연.

내 옆으로 남자 둘에 여자 하나 한국인 세 명이 지나갔다.


삼각대를 세워 놓고 혼자서 셀프 샷을 찍는 나를 흘끔흘끔 바라보았는데

난 한국인들에게 몇 번 냉대받은 경험이 있어 시선을 애써 피하고 꿋꿋이 셀프샷 촬영.

(사실 그분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만은-_-;)


이제 저 골목 끝엔 뭐가 있는가 싶어 걸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