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군주의 행렬 벽화는 드레스덴 성의 일부인 왕실 마굿간 외벽에 그려진 그림이라고 한다.
관광 책자를 보면서 좀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마굿간이 대체 어디있어? 하고 찾다가 못 찾았는데 이것도 역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드레스덴 성, 궁전의 종탑, 대성당은 중간에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부근이 뭔가 겹겹이 구조가 복잡하여 미로 같기도 하고 비밀의 다락방 같기도 하고 신기한 구조이다. 동화 속 비밀의 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의 구조.
드레스덴 성 앞에는 종종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드레스덴 성의 종탑
아까 군주의 행렬 벽화 벽면이랑 이어지는 구조이다.
구름다리
포화에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
옛 가문의 문장인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드레스덴 성의 구름다리와 미로같은 구조를 빠져 나오면 대성당이 보인다.
민영 씨 말이 맞았다.
"성모 교회 찾으면 그 부근부터 길 잃으면서 막 다니면 돼요~
그 근처에 다 모여 있거든요"
여행 책자의 부실한 관광지 주변 지도 하나만 달랑 들고
길을 헤매다가 주요 관광지 모두 발견.
Wir sind das VOLK.
우리가 민중이다(맞나?)
대성당 반대 편으로 좀 더 걸어 나왔더니
성당과 트램 길을 사이에 두고 츠빙거 궁전이 보인다.
사실 나는 계속 헤매고 있다.
뭐가 드레스덴 성이야?
이건 대성당인데...
모두 이어진 기묘한 구조인데 어디까지가 성이고 마굿간인지 몰랐던 것.
이쪽이 드레스덴 성인가? 하고 나갔더니 아까 성모교회 가는 길이다.
에라 모르겠다. 사진이나 찍자.
그리고 일단 확실히 따로 떨어진 건물인 츠빙거 궁전에 들어가 본다.
츠빙거 궁전의 정원.
비가 그치고 햇살이 나고 있었다.
비 개인 오후의 궁전 내부 정원은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여기 찍힌 빨간 코트를 입은 아가씨는 이 날 정말 여러 번 마주친 것 같다.
나처럼 혼자서 드레스덴 당일치기로 여행을 왔는지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드레스덴의 오케스트라도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팀이라고 한다.
츠빙거 궁전을 배경으로 찍은 단원들의 사진 포스터가 붙어 있어 찍었는데
굉장히 고품격의 포스가 팍팍 느껴진다.
드레스덴의 음대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한국인 유학생도 꽤 있는 모양이다.
베를린 카이저하임 민박에서 첫 날 같은 방을 썼던 한 20대 초반의 아가씨도
베를린과 이곳 모두 실기 시험을 보았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 문을 나서면
드레스덴 성과 대성당이 있는 광장 쪽으로 나오게 된다.
여기서 기념 사진 한 장을 셀프로 찰칵.
내 왼편 뒷쪽으로 고개를 까딱하고
애교 포즈를 짓는 여성이 보이는데
한국인이다.
친구 두 명이 여행온 모양이었는데 나를 힐끔 바라보는데
눈빛이 호의적인 눈빛은 아니어서 나도 그냥 힐끔 바라보고 무시함.
물론 저 분들 잘못은 없다.
한국인인가? 하고 그냥 쳐다본 거겠지.
그렇게 눈이 마주치자 반가워서
한국인이세요? 물어봤다가,
"네" 한 마디로만 답하고 고개를 홱 돌리고
쌩~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무리에게 여러 차례 상처받은
내가 그냥 혼자 알아서 피하는 것일뿐.
일행이 아닌 한국인들에게 호의적인 그룹은 내가 한국인이냐고 굳이 묻지 않아도
서로 눈이 마주치면 미소부터 나오고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더라.
그냥 저 사람들을 피해서 다시 츠빙거 궁전으로 들어갔다.
기념 사진을 찍었다.
바람에 머리가 말갈기처럼 흩어지고 목도리가 풀려 넝마같건 말건
사진 찍고 이걸 올리는 나도 참 꿋꿋하다.
아, 정말 멋지다.
한때 귀족들과 한껏 치장한 귀부인들의 마차가 들락거리고
영화를 누리었을 궁전이었겠지.
세월의 풍파 속에 사람은 모두 사라지고
역사를 견디어 내며 고즈넉하게 쓸쓸히 존재해온
그런 처연한 느낌이 묻어나서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다시 궁전 밖으로 나왔다.
폭격에 그을은 조각상들.
대성당을 마주보고 츠빙거 궁전 옆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의 전경.
이제 브륄의 테라스로 가 보기로 한다.
대성당 옆의 엘베 강변 쪽 층계를 올라가면 있다.
브륄의 테라스에서도 사진을 찍는다.
컨셉으로 딴 데 보는 걸 찍은 건 아니고 삼각대에 카메라 타이머를 설정해 놓고
독사진 포즈를 취하려는데 사람이 갑자기 지나가며 쳐다보니 부끄러워서
딴청 피우던 게 뭔가 그럴듯한 분위기의 사진으로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대편 층계로 내려가보니 구시가지 상점들이 있는 거리가 있다.
거리에 정말 사람이 없다.
이 도시의 휴일인지 축제일인지 정말 도시가 텅 빈 느낌이다.
뭔가 친해지기 힘든 느낌.
두 시간도 안 걸려 주요 볼거리를 다 보았는데
아, 아름답다, 하는 분위기에 취한 건 거기까지이고,
이제부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예쁘기만 하고, 도시가 텅텅 빈 느낌에
뭔가 인간적인 느낌도 안 나고
아무런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 냄새 나서 정말 좋아하는
그 흔한 야외 시장도 없고
사람 북적거리는 노천 카페 같은 것도 안 보인다.
(카페가 있긴 한데 문을 닫았거나 유령같은 느낌)
뭔가 이쁘긴 한데 정이 안 가는 느낌?
아무래도 여름에 왔으면 달랐을까?
마음 맞는 일행과 왔으면 달랐을지도?
날씨가 흐려서 음울한 느낌을 주어 그런 것일까?
아니면 세 번의 유럽 장기 배낭여행을 하면서
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니 어쩌니 하는
예쁜 도시를 하도 많이 보다 보니
무감각해져서 그런 것일까?
여기 괜히 왔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베를린에 하루를 더 쓸걸.
내일은 라이프치히로 떠나는 일정인데.
다시 성모 교회로 가서
굳이 성모 교회가 문을 닫았다는 안내문을 인증샷으로 찍어주고,
다시 브륄의 테라스로 돌아왔다.
비온 날 겨울의 싸늘하고 눅눅한 공기를 느끼며
아무도 없는 텅 빈 테라스에 앉아
엘베 강변을 바라보며 있자니 후회가 몰려왔다.
물론 수박 겉핥기 식으로 드레스덴을
딱 하루, 휘~ 둘러보고 가는 내가
이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를 논하는 것 자체가
건방진 일일 수도 있겠지.
여튼 내가 간 날의 드레스덴은 친해지기 어려운 도시였다.
돈 들여 여기까지 온 김에 촬영 연습하는 셈 치고
사진이나 많이 찍어두자고 마음먹었다.
아우구스투스 다리를 건너본다.
이 다리를 건너면서 노래를 흥얼흥얼 불렀다.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같은,
주로 발라드 곡들.
다리 중간에 전망대와 돌벤치가 있다.
건너면서 뒤를 돌아본 전경.
또 독사진.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우구스투스 다리를 찍으려면 이 다리 위에 있는 게 아니라
아까 내가 트램을 잘못 타서 두 번이나 다시 건넜던 그 다리 쪽에 가야겠구나 싶어서
강을 건너 그 다리 쪽으로 가보기로 한다.
드레스덴을 떠나는 차표는 9시 표이다.
아직도 6시간이나 남아 있어 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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