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기사상으로부터 출발하여 다시 아우구스트 다리를 건넌다.
삼각대를 놓고 노출 시간을 늘리고 아우구스투스 다리 위의 야경을 찍는 동안 트램이 쌩 하고 지나갔다.
가랑비가 내리다 빗방울이 점차 굵어진다.
나는 한 손에는 우산을 받치고, 목에는 DSLR을 매고,
한 손에는 삼각대를 키 높인 채 들고 움직여
삼각대를 놓고 카메라를 올리고
카메라가 젖을까 우산을 받치고 사진을 찍고,
몇 걸음 더 걸어가다 초점 거리가 맞겠다 싶으면
그 자리에 다시 삼각대를 놓고 우산을 받치고
사진을 찍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게 힘들게 얻은 결과물들
드레스덴 대성당 위에 서 있는 수호 성인들.
젬버 오페라하우스 쪽을 향해서도 한 장 찰칵.
반대편 신시가지 쪽을 찰칵.
드레스덴 대성당과 젬버 오페라하우스 사이의
넓은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기마상
그 옆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독일 청소년들이
내리는 부슬비에도 아랑곳않고 열심히 촬영 중이다.
가로등에 기대고 서 있는 소녀가 모델이다.
학교 과제? 취미? 쇼핑몰?
오늘 하루 종일
음울하게 박제된 도시처럼 보였던
드레스덴에서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사람 냄새 나는 장면이다.
광장에서 셀프샷.
젬버 오페라하우스를 등지고 바라본
드레스덴 대성당과 드레스덴 성.
뭔가 신들린 사람처럼 계속 야경 사진을 찍었다.
렌즈 캡에 빗방울이 튄지 모르고 젬버 오페라하우스를 잡아 보았다.
빗방울이 굵어지고 춥고 짜증이 나는데 (드레스덴 당일치기 여행이고 버스 시간까지 두 시간 가량 남아 있어서 달리 할 일도 없다. 중앙역으로 벌써 돌아가서 앉아 있느니보다는 사진 연습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사진만 수백 장 찍었다) 비 내리는 어둠 사이에 청아한 클라리넷 소리가 사뿐히 내려앉으며 차고 눅눅한 공간을 맑게 가득 채운다.
J.S.Bach의 그 유명한 G선상의 아리아다.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거리의 악사가 클라리넷으로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고 있다. 바흐의 나라, 북부의 베니스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엘베 강변의 도시, 드레스덴 대공습으로 10만명의 시민을 잃고 오랜 문화유산을 다 잃으면서도 아끼고 복구한 흔적이 당장 손끝에라도 묻어날 듯이 까맣게 내려앉았음에도 그윽하고 고고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도시를 아름다운 바흐의 선율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베 강변을 보면서 한국의 남친과 통화했던 순간과 더불어 드레스덴에 와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내 구린 아이폰4로 이 정경과 음악을 잠깐이나마 촬영함.
거리의 악사가 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
G선상의 아리아를 들으며,
이 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촬영한 젬버 오페라하우스의 전경.
공연이 있는지 건물 앞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가로등을 찍으려 노력한 사진.
갑자기 비가 후두둑후두둑 보다 거세게 쏟아져서
우산을 받치고도 야경 사진을 찍기 힘들 정도가 되어
건물 처마 밑으로 대피.
드레스덴 성의 한 출입구와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다.
보수 공사 현장인 듯했고 나무 판대기를 대어놓은 곳이었다.
나 말고도 한두 명의 사람이 이 밑에서 잠시 대피하다가 나왔다.
거리의 악사 때문에 이제 드레스덴을 떠날 시간이 가까워져서야
나는 이곳을 떠나기 싫은 기분이 들고 아쉬워졌다.
군주의 행렬과 성모 교회를 지나서
트램 정거장 쪽으로 가야 한다.
밤이라 그런가?
석상들에서 낮과는 또 달리
경외와 공포스러울 정도의
성스러운 포스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아쉬워서 뒤를 계속 돌아보게 된다.
(말이 그렇지 걷다가
뒤를 돌아보고 삼각대를 놓고
찍고의 반복임)
이제 그만.
삼각대를 해체해서 등짐 안에 넣어버렸다.
마이센 도자기 상점이 보인다.
드레스덴은 도자기 산업으로 이름난 도시라고 한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도자기 인형들과
각종 공예품들에 눈이 팔려 쇼윈도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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