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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abroad/2014 Europe

[Day03 드레스덴] 2014.01.16. #03 엘베 강변에서/황금 기사상








아우구스트 다리를 건너 완전히 강 건너편 시가지로 가기 전에 엘베 강변 쪽으로 내려가는 층계가 보여 호기심에 내려가 보았다.







야외 레스토랑인 것 같은데 겨울이라 영업을 중지한 상태였다.








강 둔턱 쪽으로 좀더 내려가본다.






아우구스트 다리를 찍었는데, 뭔가 마음에 썩 차지 않는다.






이것도 맘에 안 든다. 전체를 잡기엔 아직 너무 가까운가 보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저 개가 갑자기 나한테 달려온다.

공격적으로 달려오는 건 아니고 사람이 좋아서 달려오는 것 같아 사랑스러웠다.




마침 설정이 셔터스피드 확보가 안 되어 있어 이런 샷이 찍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 주인이 나를 향해 웃고, 나도 그녀를 향해 미소지었다.

이런 교감, 좋다.



재빨리 셔터스피드를 확보했을 때는







뒷 모습만 보이고 유유히 사라지는 중이시네.

똥꼬를 내밀고(아유 부끄러워)-_-;






어쩔 수 없다. 저 다리까지 가야지.


거리가 아주 가깝지는 않다. 꽤 걸어야 한다.

사실 뭐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긴 한데,

하루종일 걸어 내가 지쳐있으니.









강변을 따라 걷다가 더 높은 지대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니 이 건물이 있다.

귀찮아서 사진을 안 찍으려고 했는데 뒤에서 어떤 남성 관광객이 나타났다.

동아시아 계인데, 한국인은 아니고 중국이나 대만인인 것 같았다. 

저 건물을 사진 찍고는 나보다 걸음이 빨라 사라졌다.

응? 중요한 건물인가? 싶어서 나도 덩달아 한장 그냥 찰칵.


지금 구글 지도 검색해 봤더니 극장 건물이라고 뜬다.



아우구스트 다리 건너편의 카롤라 다리에 도착했다.

여기에서는 아우구스트 다리와 드레스덴 구시가지 전경을 전체 다 담을 수 있는 위치이다.









맘에 안 든다.







전체를 다 멋지게 담을 수는 없나? 

이것도 맘에 안 든다.

오후 3시 반? 4시 쯤 되었던 것 같다. 

드레스덴 구시가지 위에 낮게 걸린 구름 사이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셀프샷을 시도. 

칼바람이 엄청나게 많이 불었고, 머리카락이 미친듯이 휘날렸다.

이 위에서 삼각대를 설치해 놓고

맘에 들 때까지 사진을 찍느라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손은 뻘개져 있다.





지금 한국에서 시간이 지난 후 

엘베 강변을 찍은 사진을 보니

충분히 괜찮은데 이때는 왜이리 맘에 들지 않아

겨울 강가의 칼바람에 손이 빨갛게 되어 감각이 없어 질 때까지

사진을 100장 가까이 찍어 댔을까.


 사진들이 계속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눈으로 보았을 때 펼쳐진 아름다운 3차원 정경을

2차원으로 담자니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다리 위로는 트램과 자동차만 쌩쌩 거리며 달려가고, 가끔 인도로 자전거가 한 두대 씩 지나가고,

나처럼 걷는 행인은 없었는데, 멀리서 빨간 코트의 코카시안 아가씨가 나타났다.


아까 츠빙거 궁전에서 마주치고 하루 종일 3~4번은 마주쳤던 그 아가씨이다.

나처럼 아우구스투스 다리를 찍기 위해 카롤라 다리로 건너온 것이다.

나에게 독사진을 부탁하여서 찍어주었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 계속 사진을 찍는 중에,

전화가 왔다.


응? 드레스덴에 있는데 전화?

남자친구(지금의 남편)이다!


"보고 싶어. 어디야."


"나 드레스덴이야. 

여기 같이 왔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빨리 한국 와. 징징징~"


"나도 보구 싶지~

로밍 비 많이 나와. 그만 끊어."


"괜찮아 그까짓 로밍비~

목소리 좀만 더 들을래~"


남친의 애교에 깔깔대고 웃었다.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던 

그러나 음울하고 쓸쓸하게 아름답던 드레스덴에서

그림 같은 엘베 강변을 바라보고 있는 중에

남자친구와 통화라니.


7분 남짓 통화를 하면서 

행복했다.





끊고 나서 몇 번 더 시도하다가

결국 파노라마 샷을 찍었다.












나도 참 집요하다.





이제 그만 찍자.

이 다리 위에서 노출도 달리 해 보고

구도도 달리 해 보고 계속 

한 시간 가량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신시가지가 있는 강북 쪽으로 왔다.

다시 신시가지 쪽으로 향한다.

일본 궁전을 보려고 한다.








정말 평범한 아파트라서 한 장 찰칵.

몇 번의 여행을 다니면서 점차 느낀 바로는,

우리는 관광지는 찍어 대지만 

의외로 매일 타고 다니던 트램이나 버스 안,

묵었던 숙소, 

평범한 시민들의 주거지 따위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최대한 길 위에서의 컷을 

담아보려고 노력했던 여행이었다.







응? 아기자기한 건물이다.






수 백 년은 됨 직한 겨울 고목 앞에

뿔피리를 부는 사내와 원숭이인지 강아지가 함께 한 동상이 서 있었다.

박물관인데 무슨 박물관일까?







집배원이 왔다가 사라진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이 건물 사진을 찍고 있노라니

한 아저씨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사라진다.

이 건물 앞에서도 기념 촬영을 했으나 도저히 이건 못 올리겠다.






황금 기사상 앞에 도착.








황금 기사상과 이 석상 뒷편으로는 Hauptstraße가 펼쳐지는데,

넓은 인도인 가로수 길 양 옆으로 벤치와 가로등,

낮은 건물들과 레스토랑, 카페, 슈퍼마켓, 부띠끄나 

쇼핑 센터 같은 상점들이 펼쳐진다.

그런 것 치고는 거리에 사람이 휑할 정도로 없고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해 이 곳을 그냥 지나친다.



 



일본 궁전은 어디에 있을까.

찾으면서 가다가 길가에 열린 열매를 찰칵.






FUCK NAZIS





가도가도 일본 궁전은 나오지 않고 한 공원 발견.



사실 지도도 없고, 한국에서 구입해 온 가이드 북의 일본 궁전 설명글에는 건물 외관의 사진도 없어 뭔지도 모르겠다.

막연히 일본식 목조 건물일 거라고 내 멋대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인터넷 서핑을 해 봤더니 절대 아니었다. 내가 저 건물은 뭐지? 하고 보다가 일본 궁전이라는 표지판이 없군 하면서 지나쳤던 서양식 건물이었다. 지붕이 일본식이라 일본 궁전이라고 불리는 것이라는데, 난 책자에 없으니 어떻게 생긴 모양인지도 모르고 드레스덴 공식 지도는 없고 여행 가이드북의 부실한 지도 뿐이어서 그 건물이 일본 궁전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ㅜㅜ



지도에서 일본 궁전이라고 가리킨 부분 대조해도 찾지 못해 헤매고, 지나치고 아무리 보아도 없는데 해는 져 오고. 신시가지 구경은 글렀다. 그냥 야경이나 보고 가려다가 마주친 공원의 쓸쓸한 전경이 맘에 들어서 사진이나 찍음.











해가 졌다.

아, 너무 멀리 왔다. 

차라리 Hauptstraßes나 보고 올 걸






이쯤에서 포기하고 하릴없이 신호등 사진이나 찍는다.

구 동독의 신호등 사진.













다리도 아프고 춥고 너무 힘들다.

게다가 점점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타투 컨벤션이 열리나 보다.







노출 시간 1/100





노출 시간 1/8


너무 다리가 아파서 황금 기사상 까지 트램을 타고 가기로 한다.

나는 정말 트램 1일권 끊기 잘 했다.







밤이 되니 뭔가 더 유난스럽게 번쩍이는 느낌.



그리고 나서 아까 지나쳤던,

각종 쇼핑 센터로 가득 찬 Hauptstraße로 돌아왔다.

밤이 되니 추워서 한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물건을 고르는 척 몸을 녹였다.

뭐라도 살까 하고 비타민제라든지 화장품이나 간식거리 등을 구경하다가

거울에 비친 지친 표정의 내 모습에 뭔가 서글퍼지고 우울해졌던 것 같다.


슈퍼마켓 사진이라도 찍었을 텐데 

DSLR의 유난스럽게 커다란 조리개 닫히는 소리에 

촬영 거부, 항의가 들어오는 일을 자주 겪은 터라 소심해졌고

이상스럽게도 별로 무언가를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그냥 몸만 녹이고 슈퍼마켓을 나왔다.


아침에 바게트 샌드위치와 라떼 한 잔을 먹은 게 다이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돌아다녔는데도

왠지 뭘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쇼핑센터 한쪽의 벽면에 있는 여러 도시들의 문장들.





그 중 드레스덴의 문장 확대샷.



이제 그 아름답다던 드레스덴의 야경이나 찍고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