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둥루에서 와이탄까지 이르는 길은 좁고,
우리가 상해에서 보냈던 3일 내내 인파로 붐볐다.
그래서 인도가 그 인파를 수용하지 못해
좁은 왕복 2차선 차도로 사람이 쏟아져 나오기 일쑤였고,
자동차와 사람이 묘기를 부리며 서로 알아서 피해다니는
기묘한 광경이 곧잘 연출되는 길이었다.
부지런히 걸어서 와이탄에 도착.
와이탄의 야경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어제는 비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날씨도 겨울 치고 선선해서 오늘은 견딜만했다.
다만 스모그가 심한 게 힘들었다.
거리에도 PM10 (미세먼지 입자 크기라고 알고 있다) 마스크를 낀 사람이 꽤 많이 보였다.
황푸 강 건너편 동방명주와 푸동을 배경으로,
와이탄에서 한 컷, 삼각대를 세워놓고 찰칵.
휘황찬란한 상해의 상징, 푸동과 동방명주가 보여주는 야경이 장관.
생각보다 카메라에 잘 담기지 않아 좀 속상했다.
와이탄 거리를 배경으로도 한 컷 찰칵.
솔직히 말해 오늘 걸은 거리가 상당했고 피곤했기 때문에,
(아이폰 건강 앱에서 알려주기로는, 이날 하루 종일 무려 21km를 걸었다!
그것도 DSLR 카메라와 삼각대를 지고…)
푸동까지 가기 귀찮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내일은 마지막 날이고,
치바오라오제와 프랑스 조계지에 다녀와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다.
그러면 푸동에 언제 또 올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래서 미친척 하고 저 건너편까지 후다닥 다녀오기로 했다.
신천지 스타일에 들어가지 말고 바로 나올 걸 하고 좀 후회가 되었다.
이미 시간은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10시까지 딱 1시간 동안 완전 수박 겉핥기로 푸동을 보고 와야 된다.
푸동엔 높은 건물이 많아서 꼭대기에서 여유 있게 와인도 한 잔 하면서
야경도 즐기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다.
그러기엔 솔직히 스모그가 너무 심해 시야가 멀리까지 보이지 않았다는 게
한 가지 위안(?)이자 합리화였긴 하지만…
푸동에서 와이탄으로 건너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페리를 이용하는 법이 있고, 둘째로 와이탄 관광 터널로 가는 방법이 있다.
페리가 훨씬 저렴하고, 관광 터널이 비싸다.
페리는 편도 2위안이니 왕복 4위안.
관광 터널은 왕복 70 위안.
시간이 빠듯해서 강변에서 내려와서
그냥 눈 앞에 보이는 관광 터널을 타러 갔다.
시간도 충분했으면 페리를 탔을텐데.ㅜㅜ
이곳이 와이탄 관광 터널 입구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매표소가 보인다.
우리는 이곳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페리 시간이 충분함을 확인 받고,
왕복 70위안, 둘이 합쳐 140위안에 표를 구매했다.
상당히 비싼 가격인데, 어쩔 수 없었다.
15분에 한 대씩 오는, 어디 있는지 미리 알아두지도 못한,
페리 선착장을 찾아 헤매다간
자칫 10시까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상하이 시내 야경 조명은 10시면 일제히 모두 소등된다.
그래서 야경을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표를 끊고 터널 안쪽으로 입장.
요렇게 긴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면
남편님이♡
…가 아니라 이렇게 터널 왕복 열차? 케이블카? 뭐라 불러야 하나 암튼
탈 것(;;;;)이 나타난다.
왕복 70 위안짜리 표를 산 기념샷.
여보, 사진 맘대로 막 올려서 미안해.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출발.
뭔가 우주나 해저 과학 탐험대 같은 요상한 레이저 빔 쏘는 배경 효과음이 뿅뿅뿅 나오면서
알아듣지 못하는 중국어로 멘트들이 나오고 빛의 쇼가 시작된다.
콰아아아아 쿠쿠쿵 하는 소리도 들리고
멋진 쇼가 계속 펼쳐졌다.
왕복 70위안인데 이정도는 해야지 당연.
흠흠.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었기 때문에 정확한 소요시간을 알고 있다.
시간은 3분 40초 정도로, 매우 짧다.
ㅜㅜ
마지막에 불빛이 번쩍번쩍 반짝반짝거리면서 끝이 보인다.
이야~ 도착했다.
나오자마자 submarine adventure라고 써 있는 곳이 보였다.
뭐하는 덴지 모르지만 일단 찍자.ㅋㅋ
어린이들의 모험심을 길러 주는 잠수함 체험 시설이겠지 뭐.
그리고 와이탄에서는 멀리 보였던 동방명주가 거대하게 눈 앞에 나타났다.
온갖 높은 빌딩이 즐비한 사이로
동방명주를 향해 걸었다.
걷다 보면 엄청 큰 원형 육교가 나타난다.
우리는 이 육교에 올라서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여기 서서 바라본,
마천루가 끝도 없이 깊숙이 쭈우욱 줄지어 늘어선
세기대도는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강남의 테헤란로나 서울 종로 거리쯤은 우스워보였다.
사진상으로 그 거대함과 광대함이 잘 표현이 되지 않았는데,
정말 압도적인 스케일과 비주얼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여기서 우리는 전의를 상실했다.
저렇게 거대한 곳을 어떻게 다 걸어서 봐!
육교에 서서 보면 디즈니 전시관과
동방명주가 거대하게 눈앞에 딱, 보인다.
여기 올라가려고 했는데 입장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남편과 눈물을 머금고 아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왕복 70위안이나 주고 여기 왔건만 동방명주에 올라가지 못하다니.
흑흑흑.
원형 육교에서 바라본 아래쪽.
거대한 네온사인으로 동방명주라고 씌어 있다.
'주'는 노란 깃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위치에.
하는 수 없이 육교 위에서 삼각대를 놓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동방명주를 배경으로 찍고 싶었으나 역광에
계속 실패해서 그나마 건진 사진이 이 사진.
여기는 Super Brand Mall 앞.
해리 포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아래에서 바라본 거대한 원형 육교의 전경.
동방명주 오르기는 실패했고, 더 깊숙이 있는 금무대하나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라는 상하이 타워,
아니면 2014년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는 상하이 세계 금융센터까지 가기도
시간이 애매하고, 규모에 압도당해서 도저히 보고 올 엄두도 안 나고 해서
바로 앞에 있는 IFC 몰이나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푸동까지 건너가서 완전 수박 겉핥기로 둘러보고 온 셈이었지만,
그래도 이 로터리 부근에서 서성거린 것만으로도
계획 도시인 푸동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느끼기엔 나름 괜찮지 않았나 싶다.
상하이 인터내셔널 파이낸셜 센터, IFC 센터.
두 센터 건물 사이에 IFC 몰이 있다.
여의도의 IFC mall은 중국 자본이 들어와서 지은 건물이었던 것이다.
몰랐었다.
IFC 몰로 들어가 본다.
여의도의 IFC 몰보다 훨씬 넓고, 컸다.
디자인이나 기본 골격은 여의도 IFC와 비슷했다.
화장실 인테리어와 표지판, 마크까지도.
안쪽을 휘휘 대충 둘러보고 왔는데 많이 지쳐있었고
마음의 여유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사진이 별로 없다.
게다가 너무 늦게 와서 거의 매장들이 폐장하는 분위기.
대충 둘러보고 이곳을 나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시 원형 육교로 올라간다.
디즈니 전시관 뒤로 멀리 와이탄 건물들이 스모그 사이로 유령처럼 보인다.
10시가 넘으면 얄짤 없이 철저하게 소등해버린다.
푸동에서 와이탄의 야경을 마지막으로 감상하고 오는게
오늘의 최종 관광 예정 코스였는데. ㅜㅜ
자세히 보면 시계탑의 시계 배경도 미키마우스이다.
문닫은 야속한 동방명주도 다시 뒤로 하고
다시 와이탄 관광 터널로 돌아온다.
내려가면
매표소
왕복권을 끊었으니 가볍게 통과.
크리스마스라고 곳곳에 장식해 놓은 포인세티아 화분.
우리 말고 아무도 관광객이 없어서 자리를 독점하고 탔다.
히히힛.
다시금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3분 40초 후에
강 건너편에 다시 도착.
Mind your head.
머리 조심!
ㅋㅋㅋ
다시 나와서
우리가 묵고 있는 상하이 그랜드 센트럴 호텔이 있는 난징둥루로 부지런히 걸어가야 한다.
평화호텔을 지나
한참 걸었기 때문에 또 군것질거리가 땡겨서
탕후루를 하나 사서 남편과 나눠 먹으며 걸었다.
무려 중국 공안의 차라며 앞에서 찍어달라는 남편.
그리고 이틀 내내 고생한 발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그 유명한 도원향 마사지 샵에 갔는데 이게 웬걸,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도원향의 입구.
도원향에는 한국어가 되는 직원도 있고, 매우 친절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예약 먼저 하고 움직이는 건데, 너무 아쉬웠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그곳을 나와 길거리에 보이는 아무 마사지샵이나 가보기로 했다.
널린게 마사지샵이었으니.
호텔로 가는 길에 슈퍼에서 맥주와 귤을 사들고 가다 그냥 보인 상해의 밤거리 정취가 고즈넉해서 찍은 사진.
우리는 호텔 뒤쪽에 있는 마사지 샵에서 발마사지를 받았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한국어는 커녕 영어도 통할 수 없는 곳이었다는 것.
간판에 한국어로도 마사지 표기가 되어 있어 도원향같은 곳이리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만국 공통어 바디랭귀지를 통해 발 마사지 서비스를 주문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포착력과 관찰력이 좋은 남편이 기억하기로
직원들이 내내 "팅부동" 거리더란다.
한국에 와서 중국 유학생 출신 친구에게 물었더니 "못알아듣는다"는 뜻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상해에 오면 꼭 마사지를 받으라더니,
하루의 쌓인 피로를 노곤하게 풀어주는데 그 솜씨가 일품이었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고, 어쩜 그리 내가 아픈 곳만 골라서 마사지를 하는지
놀라웠다.
마사지를 받으면서 차를 주문할 수 있었는데, 남편에게 "메뉴가 뭐뭐 있어?" 하고 물었더니
중국어는 모르지만 한자는 잘 읽는 남편이 메뉴를 입으로 소리내어 읽었다.
그 중에서 우롱차가 있다고 했더니 직원들이 소리내서 웃었다.
"팅부동"인 애들이 한자로 우롱차를 읽으니 신기했나보다.
21km를 걸으며 혹사시켰던 우리의 발을 위한 소중한 시간.
우롱차를 마시면서 하루를 발마사지로 마무리하고,
숙소 부근에 있던 24시간 영업 편의점.
우리는 하얼빈, 칭따오 맥주와 중국 상표 우육면 등
컵라면을 사들고 고단 몸을 이끌고 마사지로 풀린 발걸음을 힘내어 숙소로 향했다.
멀리 보이는 그랜드 센트럴 상하이 호텔.
어두워서 흔들린 사진.
사진처럼, "그랜드 센트럴 상하이 호텔"이 "상해대주점(上海大酒店)" 이다.
표음 문자가 아닌 중국어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번역법이다.
처음 이 호텔 주소를 공항에서 택시 기사에 보여줄 때 진짜 그랜드 센트럴 상하이 호텔로 데려다 줄까
의문과 두려움에 싸여 말은 안통하는 가운데 걱정하면서 택시 뒷 좌석에 실려왔는데. ㅋㅋㅋ
난징둥루 거리는 잡상인이 없는데,
인적 드문 새벽이 되어서야 엉뚱하게도
잡상인과 노점상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한다.
단속이 끊긴 시간이라 그런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 잔을 하며 크리스마스를 마무리했다.
우리는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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