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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abroad/2014 Europe

[Day08 빈] 2014.01.21. #02 쉔브룬 궁전-1






아침을 라면으로 먹고 나서 민박집 사장님께 빈에 오면 보통 빈에 오면 선호하는 관광 코스와 교통수단, 교통권에 대해 물어 보았다. 나는 빈에 대한 여행 책자도, 아무 것도 없다. 빈 관광지도를 주시면서 대략의 추천 코스를 설명해 주셨는데 빈은 대도시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다닐 수 있는 것이었다. 보통은 트램(S-Bahn)을 많이 이용하고, U-Bahn도 이따금 이용한다고. 그리고 빈에서 1988년에 찍은 사진을 보여 드리면서 이 장소가 벨베데레 궁전에서 찾기 어려운 곳에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사진을 보시더니, 아직도 그대로 있고 들어가면 바로 있어 찾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주셨다. 다행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찍은 가족여행 사진도 쇤브룬에서 찍은 것도 많고 여럿 있으나, 일일이 찾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 한 장만 챙겼는데 나중엔 좀 후회되었다. 쇤브룬 궁전 사진도 몇 장 더 가져올걸...


여튼 오늘은 링 밖에 있는 쇤브룬 궁전과 벨베데레 궁전을 보기로 결정했다. 하이델베르크도 그렇지만 이 곳도 1988년도에 가족 여행 당시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다녔던 곳으로, 사진으로 많은 추억이 남아 있다. 꼭 다시 가 보고 싶었다. 시간이 남으면 저녁에 비포 선라이즈에 나왔던 카페들이나 찾아가면 되는 거고...


사실 어젯밤 하이델베르크에서부터 12시간 넘게 계속 버스에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온 지라 매우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숙소에 틀어박혀 쉬는 건 내 적성에 맞지 않지! 일단은 계속 버스에 실려 오느라 찝찝해서 씻고 준비한 다음, 오늘도 씩씩하게 관광을 출발해본다. 




소미네 민박을 나와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지나가다가 재미있어서 찍은 낙서.





몇 시간 전에 처음 빈으로 도착해서 이용했던,

Neubaugasse 역으로 향한다.



링 밖으로 가는 날은 U-Bahn을 이용할 일들이 있는데, 링 안쪽 구역을 보는 날은 걷다가 트램(S-Bahn)을 타거나 하면서 적절히 돌아다니면 되는 것 같다. 빈은 상당히 넓은 도시라서 다 걸어서 다니긴 무리이므로 지도를 보고 오늘 볼 구역과 내일 볼 구역을 나누어 생각하면 되는 것 같다. 나는 빈에서는 유명한 관광지 중에서 쇤브룬과 벨베데레 궁전만 보면 되기 때문에 일부러 관광 책자를 구매하지 않았고, 내 맘대로 혼자 <비포 선라이즈> 투어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지도면 충분했다. 소미네 민박 와이파이가 잘 터졌기 때문에 나머지는 각종 블로그나 웹사이트 정보들을 검색해서 참조했다.


쇤브룬 궁전은 Neubaugasse역에서 전철로 여섯 정거장 떨어져 있었고, 2회 환승해야 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링의 바깥에 있다.






쇤브룬 역의 플랫폼.






나름 유명한 관광지일텐데 사람이 없어서 신기했다.

여름의 베르사유 궁전에는 RER부터 이미 사람이 바글바글 그리도 많았었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나왔던 출구.




U-Bahn 근처에 붙어 있던 궁전의 약도.




출입구로 가는 길.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프란츠 요제프 초상화가 보인다.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엘리자베트 황후





7살 때 궁전을 방문한 일화가 유명한 모차르트





정문. 비가 내렸다.





앞에 동판인지에 쇤브룬 궁전의 모형이 있고





저 멀리 너무 귀여운 어린아이 관람객들이 지나가길래 탐론 28-75로 재빨리 바꾸어 마운트 했으나 그들은 어느새 뒷모습만...ㅜㅜ 이런때는 정말 후회된다 시그마 18-200이 역시 나았을까...ㅜㅜ




매표소 입구.





쇤브룬 궁전에는 한국인도 많이 오는지 한국어 브로슈어도 있었다.







오전 10시 반쯤이었던가. 한창 관광객이 많을 시간일 것 같은데 썰렁하다. 붐비지 않고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겨울 유럽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매표소는 은발에 콧수염을 기른, 기품있는 포스를 풍기는 노신사가 담당하고 있었다. 표를 구매하니 여권 제시를 요구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이라고 써 있는 여권을 내밀었더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신다. 발음도 매우 훌륭한 한국어 발음이어서 깜짝 놀랐다. 당연히 기분도 유쾌해졌고. 나도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였다. 온 김에 한국어 가이드도 신청하여 받아 들었다. 이제 쉔브룬 투어의 시작이다.





매표소 옆에는 기념품 따위를 판매하는 가게와 카페가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서 그렇지, 좋은 날씨에 일행도 있었다면 여기 앉아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괜찮았을 듯.




궁전 현관에서 바라본 입구 쪽 광경. 입구 쪽에 아까 그 테라스와 카페가 있다.







쉔브룬 궁전은 총 수천 개가 되는 방 중에서 중요한 방 45개만 공개된다. 한국어 가이드 덕택에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주로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시씨Sissi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엘리자베트 황후와 관련된 방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엘리자베트 황후와 관련된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 그녀는 외모 단장을 좋아해서 늘 다이어트를 하느라 밥을 거의 먹지 않아 늘 허리둘레를 18인치로 유지했으며, 머리를 발끝까지 기르고 빗으며 단장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는 시시콜콜한 왕궁 비화 이야기도 오디오 가이드가 설명해 준다. 황제 부부의 방, 황제가 정사를 돌보던 방, 이 방은 황후가 몸단장을 하던 방이라며 화장대 같은 것이 있던 방, 그런 설명들이 지속되었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내부 사진은 없다.

한국어 가이드의 설명으로 실감나고 재미있게 왕궁을 둘러볼 수 있었다. 왕궁 내부 투어는 좀 가격은 있지만 (오디오 가이드 포함해서 13유로였나?)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되어 개인적으로 강추한다.




왕궁 내부를 둘러보고 나온 다음 정원을 구경하러 가는 길에 찍은 계단. 이런 우아한 모양의 계단으로 한껏 드레스로 치장한 왕실 가족들이 지나다녔을 상상을 하면서 보니 더 재미있다.


사실 쉔브룬 궁전은 베르사유 궁전의 아류작이라는 혹평이 있을 정도로, 베르사유 궁전을 보았다면 규모가 좀 더 보잘 것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거대하고 광활해서 뭔가 압도되는 느낌의 베르사유 궁전과는 달리, 역시 넓긴 하지만 뭔가 로맨틱하면서 몽환적인 느낌으로 이 터를 감싸고 있는 신들의 궁전 같은 정경을 보여준다.




정원으로 가는 길이다.

정원의 관람은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




견인 구역!

(설마 누가 여기 차를 세워 놓을까.ㅋㅋㅋ)




여름에 왔으면 꽃이 만발해 있겠지만, 겨울이라 정원은 썰렁하였다.

그래도 나는 겨울의 정원 풍경이 더 좋았다.

옛날에 여름에 서유럽 국가들 중심으로 배낭여행을 했을 때, 베르사유 궁전도 내부를 보았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그냥 화려하구나~ 싶고 별로 감흥은 없었었다. 그런데 겨울 궁전은 황량하고 사람이 없으면서도, 잎이 하나도 없는 겨울 나무들이 왠지 서양 건축물들과 운치있게 잘 어우러져서 개인적으로는 겨울 풍경의 유럽이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궐 정원 양 옆으로 갖가지 조각상들이 있는데, 현실이 아니라 진짜 신들의 세계에 온 것만 같은 몽환적인 기분을 주어서 겨울 궁궐의 모습이 운치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임.





이 계단 위의 테라스는 막아놓지 않아서 올라갈 수 있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쉔브룬 궁전의 정원의 전경.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 25년 7개월 전과 같다. 

1988년, 여기 정원에 앉아 찍은 가족사진이 있는데.

곱게 치마를 입고 선글라스에 챙 넓은 모자를 쓴 젊은 어머니와 남자다운 아버지, 

아직 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어린 나와 내 동생이 함께 앉아 가족 사진을 찍었던 그곳이다.

그때는 여름이었는데.

장미가 만발한 정원에서 엄마가 발랄한 포즈를 짓고, 그런 엄마를 신나서 찍어주었던 아빠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을 갖고 오지 않은 것이 원통하다.

너무 여러 장의 옛날 사진을 가져오면 다 찍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쉔브룬 궁전의 사진은 가져오지 않았는데, 내 실수다.

실제로 본 것이 훨씬 아름답다.




그 자리에 이젠 나 혼자 와서,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었다.

나이가 60이 다 되어가는 데도 

아직도 천상 여자인 엄마와 달리 난 참 씩씩하다.ㅋㅋㅋ

지금 보니 옷도 뭐 저런 옷을 입고 다녔을까.





비가 오는데도 탐론 28-75렌즈로 바꿔서 마운트한 다음, 

멀리 언덕에 있는 글로리에테Gloriette 개선문과 넵튠 분수를 줌-인 해서 찍었다.




역시 독사진.

다음부터는 나도 여성스럽게 입고 여행다녀야지.

무슨 알래스카에서 여행온 것 같네.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 날 진짜 추웠음. 얼어 죽을 뻔함)






조경이 매우 질서졍연한 정원.







며칠 너무 강행군으로 여행한지라 피로가 누적되어 있어서 저 넵튠 분수까지 걸어가긴 너무너무 귀찮았는데,

여기까지 온 이상 가 보자고 생각하고 억지로 걷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