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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abroad/2014 Europe

[D-1] 2014.01.12.첫 숙소 예약 & 25년 전의 기념 사진 챙기기

 





1. 첫 숙소 예약

 

 

짐 싸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일들을 빼먹어서 추가 포스팅을 하나 더 작성하는 중.

첫 여행지인 베를린 숙소를 검색하다가 ‘카이저하임 민박’을 발견하게 되었다. 평도 좋고,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한철 반짝 영업하고 사라지는 민박들도 많은데 보니까 카이저하임은 오래되고 유명한 민박인 것 같았다. 한인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는 민박이기도 하면서 베를린에 유학온 음대생들이 머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고 하여, 이곳에서 첫 숙박을 하기로 결정하고 홈페이지에 2014년 1월 13일, 14일 이틀 숙박하고 싶다는 예약글을 남겼다. 대책 없는 나는 비수기엔 유럽 도미토리 룸들은 방이 남아 돈다고들 하니 그냥 예약하면 되겠지~ 하고 바로 전날에 예약글 올리고 한창 루트 짜고 여행 용품 벼락치기 쇼핑하면서 준비 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는데, 헐, 몇 시간 후 엄청나게 복잡한 번호로 어디서엔가 전화가 왔다.

 

“○○○씨인가요?”

“네, 안녕하세요. 누구시죠?”

 

굵직한 남성 분 목소리였다. 알고보니 카이저하임 민박 주인 내외분 중 바깥어른이셨다. 독일 현지에서 전화를 하신 것이다.

 

“13일과 15일은 우리가 괜찮은데, 14일에는 방이 없어요. MBC 방송국에서 무슨 촬영팀이 한꺼번에 예약들을 해 놔서…”

 

아, 정말 예상도 못한 상황이었다. 다른 민박을 알아봐야 하나, 할 일도 많아서 또 여러 카페 방문해가며 후기 검색하고 그럴 시간도 없는데…. 출발 6일 전에 비행기표를 급 지른 이후로 하루에 4시간도 못 자 가며 미친듯이 여행 준비하는 중이고, 그러면서도 빠뜨린 게 많아 후달리는 중이어서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공간이 아예 없으신가요? 저는 매트리스 같은 거 하나 내주시면 그런 곳에서 자도 괜찮아요.”

“아, 숙박용으로 쓰지는 않는 뒷방이 있긴 있어요. 매트리스를 내드릴 수는 있지만 불편해들 하시니까…”

 

나는 어차피 상당히 털털한 성격이라 숙박에 아주 하자가 없으면 도미토리 룸 비좁은 곳에서 낑겨 자도 괜찮고, 심지어는 예전에 유럽 여행 할 때는 당시 내가 묵던 민박집에 찾아온 여행객들이 숙박 찾는 어려움을 호소하자 자리가 없는 와중에 내 침대를 내 주고 거실 소파에서 밤새 사람들이랑 술 마시다 그대로 잠든 적도 있다. 방이 없으면 길거리에서 노숙한 경험도 너댓번 되고.

 

“전 그래도 괜찮아요. 정 그곳이 별로라면 조금 요금을 DC해주시는 조건으로 매트리스에서 자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걱정 마세요. 우리 카이저하임은 손님들 계시는 동안은 절대 불편하지 않게 해드립니다. 그건 저희가 보장합니다.”

 

다만 방송팀과 같은 날에 숙박을 한다는 것이 조금 걸리기는 했다. 나는 한국에서도 평소에 방송국 스태프들이랑 마주치는 걸 아주 극혐하는 편이라 말이다. 뉴스에 지나가는 엑스트라로 1초라도 찍히는 것을 싫어해서 지나가다 인터뷰 요청을 받으면 무조건 거절하고, 멀리서 방송국 촬영팀이 길거리 방송 촬영을 한다 싶으면 멀리 돌아가거나 대놓고 들고 있는 가방으로 얼굴을 가리고 걸어가는 사람이다. 뭐 어쩔 수 있나. 숙박하면서 촬영팀은 무조건 피해다니면 되지 뭐(하하하하하 혹시라도 이 여행기 보시는 분들은 나중에 제 이각이 얼마나 어이없었는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래서 카이저하임에 숙소를 예약했다.

 

베를린 한인 민박 카이저하임 바로 가기 클릭

 

 

 

 

 

2. 이전 여행 기념 사진 챙기기

 

 

이번 여행의 테마 중에서 하이델베르크에서 내가 할 일이 있다. 바로 1988년도 여름에 부모님과 유럽여행을 했을 당시 찍었던 Spot에 가서 25년 6개월 전과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어 오는 것.

 

이 계획의 구상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집 거실에는 1988년도에 부모님과 나, 동생 네 가족이 파르테논 신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2006년 당시 동생과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을 방문했는데 거실에 붙어 있어 맨날 보는 1988년도판 기념사진의 바로 그 spot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어찌나 감동했었던지. 노숙한 뒤라 옷도 거지꼴이고 씻지도 못해 머리는 떡지고 꼬질꼬질한 상태였지만 둘이서 1988년도와 같은 그 spot에서 사진을 찍었다.

 

2006년 7월에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찍은 사진. 영락없는 한국인 노숙자 거지 자매 꼴이다.

 

 

만약 1988년도의 사진을 가져왔더라면, 노숙하지 않고 깔끔한 차림이었더라면 더 정확한 구도로 훨씬 괜찮은 퀄리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하면서 말이다. 훗날 내가 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더 괜찮은 사진을 찍어오리라 결심했었는데, 이번에 그런 기회가 생긴 것이다.

 

여행 계획 짜면서 각 도시 방문 시 어떤 점에 중점을 둘 것인지에 관해 작성한 이전 포스팅 참조 클릭

 

 

그리고 얼마 전 친구가 추천해 준 설재우 작가님의 책, 《서촌방향》에서 더욱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

 

 

ⓒ설재우, 《서촌방향》

 

 

ⓒ설재우, 《서촌방향》

※ 이미지는 포털 사이트 검색으로 퍼왔습니다. 문제 제기시 삭제하겠습니다.

 

2,3년만 지나도 건물을 새로 짓고 부수고 도시 외관이 많이 바뀌는 한국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서촌은 특이한 동네다. 거시적, 미시적 역사가 함께 살아 숨쉬는 느낌이랄까. 서촌 토박이인 작가님이 어릴 때 찍은 사진을 현재의 시점에서 겹쳐서 찍은 이 사진은 구체적 아이디어에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몇 백 년이 지나도 도시 보존 상태가 좋은 유럽의 도시들이라면 이 프로젝트(?)는 굉장히 재미있고, 해 볼만한 과제이다.

 

1988년 가족 여행과 2014년 나홀로 여행 루트 중에서 겹치는 곳은 하이델베르크와 빈. 짐을 다 싸고 나니 새벽 5시 30분. 잠들었던 부모님, 여동생 온 가족이 잠에서 깼고 8시 반 비행기라며 안 늦냐며 빨리 가라고 성화다. 큰일났다. 사진을 포기할 수는 없어!

그래서 가족 여행사진 앨범을 부리나케 뒤졌고 그 중에서 구도 등을 고려했을 때 그나마 괜찮은 사진 네 장을 추렸다.










하이델베르크 세 장, 비엔나 한 장. 앨범에 아버지가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에 대한 설명도 써 놓으셔서 현지에서 정보를 취합해 찾을 수 있을 터이다.

 

자, 이제 모든 여행 준비가 완료되었다. 공항에 가서 환전만 하면 된다.

31박 29일의 유럽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