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다녀온 지 1년이 되어서야 다시 쓰는 여행기.
기억이 더욱 가물가물해져서 최대한 그때의 기억을 살려보려고 하지만
불완전한 기억이겠지. 당시 겪은 사건, 공간을 관통하는 분위기
낯선 공간과 나라는 이방인의 관찰, 시선.
사진에서 말해주지 않는 당시 내 느낌같은 것들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1년 전의 일도 이러할진대, 역사는 얼마나 더 불완전하고 주관적인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12월이 되면서부터, 찬 공기와 겨울 냄새, 살갗에 돋아오르는 추운 감각들이
나의 원시적 기억 어디선가를 자극하는 듯
의식하고 있지 않았는데도 책장을 넘기는 동안,
강의에 집중하는 동안, 어딘가를 바삐 걷는 동안,
여행에 관해 생각지도 않던 순간인데도,
불쑥불쑥 찰나의 순간들이 머릿 속에 생생하게 떠오르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겨울 베를린의 거리나
웃풍이 심한 숙소의 싸늘한 공기와 오래된 유럽 아파트의 목자재 냄새
바르셀로나의 노을지던 항구,
DSLR을 손이 땡땡 얼 정도로 계속 만지작거리며 하루 평균 500장을 꺼내들어
반사적으로 셔터를 눌러 대던 길 위의 나와 거리의 풍경 같은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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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4일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고 숙소를 나섰다.
실내에서 맞췄던 화이트 발란스 설정을 깜박하고 바꾸지 않아
음산한 분위기의 사진이 나왔는데, 나중에 계속 보니 나름 분위기 있어 보인다는 생각도 든다.
민영씨와 함께 S반으로 향했다.
베를린의 전철 노선은 U-Bahn과 S-Bahn이 있는데 노선이 많고 복잡하다.
사실 아직도 둘의 차이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냥 매일 1일권 끊어서 걷다가 아무거나 타고를 반복하며 다녔다.
S반으로 향하는 민영씨의 뒷모습.
카이저하임 민박은 U2 Bahn인(맞나? 1년전이라 가물가물) Kaiserdamm 역과
S-Bahn인 Witzleben 역 사이에 있다.
나는 주로 U반을 타고 다녔는데 이 날은 민영씨의 안내로 S-Bahn을 타 봤다.
역으로 향하는 육교에서 도로와 철길을 내려다보았다.
베를린의 겨울은 항상 흐린 날씨였지만
한국의 겨울 날씨보다는 훨씬 따뜻하다.
역 입구.
나도 철덕 기질이 좀 있는 건가...
한국에서도 전철 들어오는 모습 찍는 걸 좋아했다.
요즘은 스크린 도어가 다 설치되어 불가능하지만...
역마다 설치된 자판기에서 표를 살 수 있다.
그리고 나서 반드시 표를 검표해야 한다.
베를린에서 포츠담 궁전 볼 것 아니면 대개 기본 구역 1일권으로 충분했던 것 같다.
가격은 기억이 안 난다. 가계부를 어디다 두었더라...
민영씨와 일정이 달라 헤어지고 나는 초(Zoo)역에 도착. 여기서 그 유명한 100번 버스와 200번 버스가 출발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노선의 버스들을 환승할 수 있는 곳이다.
테겔 공항으로 가는 버스도 여기서 탈 수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 보았던 것과 다른, 특이한 횡단보도.
양 옆의 점선 사이가 횡단보도이다.
초 역 부근 거리의 전경.
그 유명한 구 동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호등.
초 역에서 조금 벗어나 빌헬름 카이저 2세 성당 건너편에는 200번 버스가 출발한다.
이 버스는 베를린의 유명한 관광명소를 지나치기 때문에
200번 버스 탑승은 베를린 여행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이다.
카이저 빌헬름 2세 교회.
구교회와 신 교회가 보인다. 구교회는 보수공사 중 이었다.
종탑은 2차 세계대전 때 부서진 것을 다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과거를 반성하는 독일의 면모를 볼 수 있었던 건축물.
교회 앞에는 케밥을 파는 간이 매점이 있다. 신기하네.
교회 앞 대로를 지나가는 시민들.
빨간 신호등.
구 동독의 신호등이 처음엔 무시받았는데 이제는 독일 동부 지역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관광 상품으로 캐릭터화 된 엽서 등도 많이 팔린다고 한다.
누구일까 이 분은.
그냥 신기해서 찍었음.
나는 첫날은 일단 초 역에서 200번 버스를 타고 베를린 시내를 돌기로 했다.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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